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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을 보면 더 이상 비교나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들 느끼는 북한의 이념노선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동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과격한 폭력을 동원하여 관철시키고자 하는 학생도 적지 않은 듯하다. 나아가 언론은 교수들이
그들의 잘못된 이념이나 행동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개선시키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주장이 진실의 한 단면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 교육개혁위원회에 자유민주주의 이념교육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려는 것도 이런 비판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학생들의 그런 주장이나 행동양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소란을 음모적
시각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우리의 경험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보다 진지하게 문제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학생운동의 정치지향성이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우선 우리의 정치질서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고의 법규범인 헌법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적 의견대립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정치적 결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며, 그 지향점은 정의로운 질서의 수립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극단적
정치이념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의견형성의 장에 물리력이 동원된다면 그 때부터 헌법이 예견하고
있는 목표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의견표명이나 행동결정이 물리력에 의해 왜곡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정권담당자들은 정치적 의견형성의 장에 유형, 무형의 물리력을 동원하였고, 심지어 그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적 정치목표를 달성하려는 집단도 정치적 의사표명에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또한 상당수
국민들도 그것을 이해하기도 했다. 반면 이른바 ‘문민정부’가 개혁을 지속하고 90% 가까운 국민의 지지가 있던 때에는 대다수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하였고, 도서관의 불빛은 밤늦은 시각까지 꺼질 줄 몰랐다. 과격시위도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인가 그들은 다시 물리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전파하고자 했다. 여기서 우리의 정치질서가
통일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쟁점들을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충분히 토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는지 반성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비민주적
법해석과 편파적 법집행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그것을 가로막았다면, 성급한 젊은 학생들이 물리력을 동원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나아가 눈을 돌려 우리주변을 보면 사회, 경제적 영역에서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부정적인 면들이 산재해 있다. 더구나 그것은
기존질서로부터의 일회적, 일시적 일탈현상이 아니라, 기성질서화 됐다고 우려할 정도이다. 일련의 사정(司正)과정을 통해 이른바 ‘사회지도층’들이
대거 구속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여타의 사회지도층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학생운동의
역사가 학생들의 비판적인 정치-사회의식을 재생산시키기도 하겠지만, 이런 현실도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이, 기존질서의 부정적인 측면을 확대하여 체제 비관적인 인식을 갖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은 체제내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를 실천한 역사가 일천하다는 것, 나아가 민주주의를 실천할 건전한 주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하에서는 사회개혁이야말로 학생들의 열정을 올바르게 소화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사회비판적인 대학생들을 구속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참으로 낭비적인 일이다.
또한 학생운동의 참여자들도 자신의 사회참여의식을 올바르게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반성(反省)해야 할 것이다. 몇십년의
학생운동이 지속되고, 그 참여자가 사회지도층이 된 오늘에도 사회개혁이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종래와 같은 사회참여방법의 한계를
방증(傍證)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문직업인으로서 활동할 역량을, 다른 한편 건전한 민주의식으로써 사회개혁에 동참할 주체로서의 역량을 대학에서
배양하는 것이 학업을 방치한 채 성급히 사회비판자의 대열에 뛰어드는 것보다 중요할 것이다.
/ 제철웅(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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