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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민중적 생명력의 화가 오윤미술로 보는 너, 나, 그리고 우리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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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3.13  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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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도깨비의 신명이 판화속에서 춘춘다 

오윤은 80년대 민중미술의 상징적 존재이다. <갯마을>의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 평생 동안 단 한 번의 전시회만을 개최한 채 마흔 한 살의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오윤, 한국 미술사에서 그의 존재는 우리 문학사에서 신동엽(그 또한 사십을 넘지 못하고 작고하였다)의 위상에 비견되기도 한다. 

   
 
 
군부독재의 정치적 탄압과 열악한 민중현실을 목도하면서 한국 화단의 순수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추상성에 대한 비판 속에서 등장한 80년대 민중미술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현실변혁의 동반자로서 미술의 사회성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때때로 이념적인 조급함과 예술적 표현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결여로 인해, 자칫 생경하고 조악한 이데올로기의 전시장이 되기도 하였다. 사실상 민중미술은 해결해야할 산적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첫째, 민중성이라는 이념의 올바름이 형식의 난폭함과 유치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둘째, 전문성이라는 지식인의 속성에 빠져서 민중적 내용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셋째, 현실성을 과도하게 드러내면 조형을 잃을 것이며 관념에 너무 의존하면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오윤의 목판화는 우리에게 민중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민중미술운동의 주요한 매체로서 목판화는 일찍이 1930년대 중국 근대문화운동의 선구자인 루신(魯迅)의 목판화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여러 장을 쉽게 복제할 수 있고 흑백의 강렬한 대비효과와 날카로운 칼맛이 주는 목판화의 힘은 중국 항일내전기(1937-40)를 이끌었던 미술운동의 주요한 매체로 부상되었다. 이렇듯 루신의 영향을 받은 오윤의 목판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윤 만의 한국적인 정서와 힘이 넘쳐나고 있다. 위의 작품은 김지하의 시 <형님>에 그려진 오윤의 삽화이다. <형님>의 한 구절을 한번 읽어보자.

   
 
 
희고 고운 실빗살
청포잎에 보실거릴 땐 오시구려(중략)
있는 놈만 논답디까
사람은 매한가지
도동동당동
우라질 것 놉시다요
지지리도 못생긴 가난뱅이 끼리끼리 

오윤의 판화에는 시린 삶에도 지치지 않고 솟아나는 민중들의 건강한 생명력과 강인한 춤사위가 있다. 과감하게 생략된 표현과 의도적으로 투박하고 거칠기조차 한, 굵고 강한 칼맛의 힘은 세련되지 않기에 더욱 친숙하고 편안한 “공동체적인 신명”을 드러낸다. 거기에는 이 땅에 맨발로 굳게 서서 주름진 얼굴 한가득 넘쳐나는 삶의 희망을 이 척박한 대지 위에 씨뿌릴 수 있는 우리가 있다. 바로 그런 생명력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있기에 나는 오윤을 좋아한다. 혹시라도 지금 내 삶이 너무 고달프고 힘겹게 느껴진다면, 도동동당동 우라질 것 지지리도 못난 우리끼리 고된 어깨 부여잡고 신명나는 술판 한번 흐드러지게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  신혜경(인문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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