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에 있어 ‘바하’ 집안은 200여 년 동안 50여 명에 이르는 음악가들을 배출한 세기의 가문이었다. 그런 바하 집안에서도 요한은 18세기 초의 유럽 음악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독보적인 존재였다. 당시, ‘대위법’이라 불리는 작곡 기법을 정점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고전파는 물론 낭만파 음악이 만개(滿開)하는 자양분*을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공적을 기린 후배 음악가들은 이후, ‘음악의 아버지’라는 존칭을 그에게 헌정*(獻呈)했다.

‘음표’ 대 ‘음표’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대위법’은 쉽게 말하자면, 철저하게 원리, 원칙을 따르는 작곡 기법이었다. 예를 들어, 소프라노의 소리가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진행된다면, 베이스의 목소리는 낮은 음에서 점점 높은 음으로 올라가다 나중에는 같은 음에서 만나는 식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형식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던 방식이었다. 이는, 근대의 유럽인들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음악을 통해 신과 천국, 그리고 이데아*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음악들은 수학적 공식마냥, 철저한 계산과 원리 원칙에 따라 생산된 법칙의 산물이었다. 이후, 지나친 공식과 규칙에 실증이 난 음악가들이 감정의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음악을 만들면서, 쇼팽, 슈베르트 등과 같은 낭만파가 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고전파 음악과 대위법이 글쓰기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한없이 복잡하고 어려워만 보이는 글쓰기도 사실은 구조를 따져보면 몇 개의 핵심 법칙들이 전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대위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의 전략」을 지은 정희모와 이재성은 가장 기본적인 문단 구조로, 나열식 구성과 현상-원인-해결책 등 두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의 저자, 임재춘도 문단을 쉽게 작성하기 위해 ‘미시적 구상’이라고 부르는 문제-해결/해결-문제, 원인-결과/결과-원인, 배열, 비교나 대조, 옹호와 비판으로 나눠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글쓰기 대위법으로 다음과 같은 분석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표1). 그렇다고 분석표 자체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일견 복잡해 보이는 듯 하나, 그 원리를 알면 쉬이 파악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표 1의 제목에서 보듯, 필자가 이해하는 문단 구성 방식에는 ‘주제 위치'와 ‘전개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이번 장(章)에서는 앞서 소개한 ‘중심 문장’이 어디에 놓여 있느냐의 ‘주제 위캄에 따른 구분을 설명하고자 한다.

한자어로 묶는다는 의미의 ‘괄’(括)자 앞에 머리 ‘두’(頭)자를 놓으면, ‘머리를 묶는다’는 뜻이 된다. ‘묶는다’라는 의미가 ‘한데 모아 놓는다’라는 뜻이고 보면, 문단 작성에 있어 앞 부분에 ‘(중심)글을 모아 놓는다’는 의미가 곧 ‘두괄식’(頭括式) 문단이 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끝 부분에 중심 글을 모아 놓으면 ‘미괄식’(尾括式)이 된다. 이와 함께, 중심 문장이 문단 전체를 관통(貫通)하고 있거나 아예 중심 문장 자체가 없는 경우는 편의상 ‘통괄식’ 문단이라고 하자. 반면, ‘중괄식’(中括式)이나 ‘양괄식’(兩括式)이라 칭할 법한 문단 구성은 그 쓰임새가 많지 않아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겠다. 물론, 한자만 가지고도 독자 여러분들은 ‘중괄식’이나 ‘양괄식’이 무엇인지는 의미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두괄식,’ ‘미괄식,’ ‘통괄식’ 문단이란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우리는 ‘교육 비평준화, 바람직한가'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아래와 같은 새끼줄(중심 문장)을 각각 마련한 바 있다.

표 1. 문단 구성 방식: 주제 위치와 전개 방식

*자양분(滋養分): 정신의 성장이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정보, 지식, 사상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원 뜻은 몸을 좋게 하는 영양 성분.

*헌정(獻呈): 물품을 올림. 주로 책 따위를 남에게 줄 때 쓴다.

*이데아: 이성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영원 불변의 세계, 또는 진리 그 자체. 플라톤 (BC 429 ~ BC 347) 이래 2500년간 서양 철학과 예술에서 주요 화두로 다뤄온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