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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갓 띄운 사랑노래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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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2  09: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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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갑천이란 곳이 있다. 지금은 횡성댐이 생겨 마을의 절반이 물밑으로 사라진 물밑의 마을이다. 아주 오래 전,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녔던 그곳을 난 아직도 생생이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가 낚시를 하는 동안 나는 섬강의 낮은 물가를 따라 다슬기나 조개, 송사리를 잡고는 했었다.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를 따라 횡성 시내에서 한 시간은 들어가야 했던 그 깊은 마을은 어린 내게는 지독히도 낯설고 고요하기만 했다. 어찌 보면 내게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그곳이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단지 그곳에서 만났던 한 소녀 때문이었다. 모자를 눌러쓴 낚시꾼이나 얼굴이 검게 그을린 농부 외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그곳에서 나는 물가를 걷고 있는 내 또래의 소녀를 보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 낯설기만 한 풍경은, 그 낯설음 탓에 아직도 또렷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림자가 길어지던 오후, 미루나무 그림자의 우듬지가 자꾸 내가 앉아있던 냇가로 살금살금 다가오던 그 오후, 나는 허벅지에 닿았던 한 소녀의 그림자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었다. 계집애라면 책상에 금을 긋고 싸우기만 했던 존재였건만 내 가슴은 갑자기 펄떡이고 있었다. 조숙한 사내놈. 내 사춘기의 시작이 있었다면 그 순간이 분명했을 것이다. 사실 난 그 소녀와 뭐라 이렇다 할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디서 누구와 물놀이를 했는지 흠뻑 젖어있던 계집애의 옷 위로 느껴지던 봉긋한 가슴이 이상스레 잊혀 지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잠시 주춤 날 바라보던 소녀는 날 지나쳐 멀리 강 모퉁이로 사라져 버렸다. 짧지만 강한 인도향료 같던 그 기억의 잔해. 서울 사는 언니라도 있는지 젖어도 하늘거리는 듯한 하늘색 원피스며, 물 내와 섞여나던 그 살내음이 줬던 아찔함의 흔적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말한다.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기만 했던 그 순간을 몇 년을 두고 후회했던 건 그래서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 횡성군 갑천면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나 난 문득 소녀를 만났던 갑천을 떠올렸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휴학생이던 나는 늦겨울의 어느 날 무작정 혼자 버스를 타고 갑천을 찾아갔다. 포장되어 오히려 어색한 길을 따라 달리던 버스가 날 내려준 마을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몰예정지역이라 버려진 논밭과 폐가의 을씨년스런 풍경 사이로 섬강만이 변함없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마을과 강가의 길은, 황동규 시인의 표현 그대로 연필화의 흔적처럼 흐릿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소녀를 만났던 장소에 다다르자 난 소녀의 체온이 남아있는 듯 잠시 주춤주춤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비록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눈이라도 펑펑 내렸을 것 같은 그때가 그다지 상관도 없을 이시로 인해 오롯이 떠오르는 건 그리 싫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횡성댐 수면 아래에 사라진 물밑 마을인 그곳이, 고향도 아닌 내게 가슴 저리게 그리워지는 건 어쩌면 아무나 갖지 못할 행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혹시 그 소녀도 나처럼 나를 기억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 이현준(소설가, 現철학과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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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캬캬
횡성 갑천 이런글에서 읽으니 정말 반갑네요
내가 사는 동네인데 참좋은 곳이죵~

(2007-04-05 13:19:08)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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