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와 ‘직배영화 관람반대운동’으로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타이타닉』이 지난 2월15일 국내에 개봉됐다. 대국민적 반감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현재 지방관객을 포함해서 관람객 150만명을 넘기고 순항중이다. 게다가 얼마전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기록인 11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어 (『벤허』와 타이기록) 그 진가를 과시했다.

  이 영화는 1912년 4월15일 타이타닉호 침몰사건을 뛰어난 특수효과를 통해 완벽하게 재현했다. 특히 타이타닉호의 부감촬영과 바다로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이 영화의 백미이다.(촬영하는데만도 무려 60시간이 걸렸다고 함) 그 외에도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디지털맨(사람을 컴퓨터로 합성한 것으로 실제 사람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함), 수많은 CG(Computer Graphic)는 배우들이 ‘내가 도대체 무슨 장면을 찍고있는 거야?’ 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특수효과로 범벅이 된 영화라고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대하 서사 로망스(광고 표현에 의하면)로서 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성공요인은 단지 특수효과뿐만 아니라 덧붙여서 스토리와 등장인물도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감독은 『타이타닉』을 단순히 타이타닉 호의 비극이나 재난을 그린 재해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바로 재난이나 비극은 사랑의 힘 때문에 더욱 위태로워 보일 뿐이고, 감독이 그리고자 한 것은 어떠한 위기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랑의 고귀함인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둘 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영화화 한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에서 각각 로미오와 오필리아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맡았다. 이 둘은 계급간의 차이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한편 『타이타닉』에는 행복한 사람들과 저주받은 사람들이 함께 존재한다.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보일러실 하층계급의 비참한 모습, 갈색으로 표현되는 3등석 서민들의 모습, 그리고 푸른색과 흰색의 밝음으로 표현되는 상류계급의 모습을 타이타닉호라는 하나의 공간에 함께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 계급간의 모순은 위기에 처한 주인공의 약혼자가 구명보트를 타기 위해서 울고있는 남의 아이를 업고 배에 타는 장면에서 잘 묘사된다. 이 장면은 상류계급인 그의 인간성, 당시 시대상을 어느 장면보다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에 두 주인공은 계급간의 장벽과 구속을 뛰어넘은 사랑과 영혼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엄청난 재난과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 그리고 죽음마저도 이 둘의 사랑은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과거의 완벽한(디테일한) 고증(과학적 미장센)과 드라마틱한 로맨스 그리고 가슴 찡한 음악까지(인간적이면서도 장엄한 제임스 호너의 주제음악) 이 영화는 금세기를 마감하는 기념비적인 영화임에 분명할 것이다.

/ 영상틀12기 김승현(식품영양학과·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