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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앤디 워홀, 마릴린을 복제하다실크스크린 위의 미학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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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2  23: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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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의 <마릴린>(1967)
 
현대 사회 속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은 과연 구분될 수 있을까? 나아가 순수예술을‘고급’한 것으로, 대중예술을‘저급’한 것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판단은 가능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마릴린> 같은 순수 예술작품을 만나게 될 때, 이러한 미학적 물음들은 더욱 당혹스럽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난다.

마릴린 먼로라는 친숙한 대중스타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이라는 화려한 원색의 인쇄기술로 찍어낸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앤디 워홀은 먼로뿐만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 재클린 케네디, 모택동과 체게바라와 같은 대중적‘영웅’의 아이콘을 반복적으로 복제하였다. 또한 그는 코카콜라 캔이나 수프 깡통, 달러지폐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차용한다. 이제 예술작품의 내용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이차적 현실, 그러니까 대중매체에 수백만번 등장하여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된 상투적인 이미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통 순수예술과는 다른 대중문화의 특징이라고
비판되는 상투성과 반복성이 워홀에게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작업방식에 있어서도 워홀은 순수예술의 회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모색한다. 그는 기계적 생산방식으로서 실크스크린을 채택함으로써, 예술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무한한 복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량생산 기술의 반복, 표준화, 자동화, 지루함 등에 반하는 것으로, 순수예술의 독창성, 유일무이함, 그리고 숙련된 수공적 가치 등을 찬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서 워홀은 자신의 뉴욕 작업실을“공장”이라고 칭하고“기계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였다. 나아가 조수를 채용하고 타인의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또한 예술이란 천재적인 개인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은 별난 재능이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그는 예술가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거부하고 조소하였다.

나아가 순수예술과는 달리 대중예술은 그것이 상업적 이익을 최고의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종종 비판받아왔다면, 이 점에서도 앤디 워홀은 작품의 상품적 가치와 상업성을 철저히 추구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비즈니스 아트라고 지칭하면서,“ 나는 스스로가 상업적 예술가이기를 주장했고 이제는 예술 사업가로 끝맺으려 한다. …돈을 번다는 것은 예술이고 훌륭한 사업은 최상의 예술”이라 주장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워홀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예술이 지니는 상품으로서의 지위와 본성을 기꺼이, 그리고 정직하게 직시했던 예술가였다. 그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영화, 대중 음악, 광고나 상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화영역에 침투하였다.

올해는 워홀이 세상을 떠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삼성미술관의 <앤디 워홀 팩토리전>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워홀 관련 행사에서 눈동냥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앤디 워홀, 과연 그는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예술의 참된 진로를 모색해간 선구자인가, 아니면 사업적 수완으로 대중이 갈구하는 것을 간파함으로써 시대의 스타가 되고자 했던 사기꾼에 불과한 것인가. 워홀의 작품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잔인한 4월을 다부지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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