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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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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9  22: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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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1889)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내 자신의 개성을 보다 강하게 표현하고 싶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처럼 이러한 그의 신념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이 그림은 고흐가 37살의 나이로 권총자살하기 1년 전, 그러니까 생애 마지막 모진 정신병으로 고통받던 시절에 탄생하였다. 고흐가 짝사랑하던 여인의 거절편지를 받은 후 자신의 손을 석유램프 속에 집어넣으며 애원했다는 일화나, 고갱과의 논쟁 후에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고흐는 잘린 귀를 술집여자의 손에 쥐어주면서 “조심히 다뤄”하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일련의 발작으로 그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던 동안, 병원의 쇠창살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밤하늘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진정 그리고자 했던 것은 실재 밤하늘의 정경 그 자체가 아니라, 물감조차 살 수 없었던 궁핍함과 정신적 외로움, 그리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오로지 그림 안에서만 평안과 위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그 자신의 삶에 대한 감정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고흐의 그림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생의 한 켠에서 또 다른 감동과 위안을 주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이렇듯 삶의 한 컷이 남겨놓은 아련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리라. 나에게도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이 오버랩되던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고교시절의 동아리 그대로 연극반에 가입했다.(<왕의 남자>의 정진영도 그때의 연극반 동기였다.) 학기 초 워크샵 공연이 끝나고 다 같이 쫑파티에 가게 되었다. 늘상 술 권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유롭게 자라난지라 술에 대한 아쉬움(?)이 별로 없었던 나는, 오히려 대학모임에서 의례껏 벌어지는 술판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그 날도 술 권하는 모든 사람들을 물리치면서 혼자서만 뻘쭘하게 앉아있던 참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까마득한, 낯선 선배 하나가 작은 소주잔과 커다란 막걸리 사발을 들고 와서 내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작은 소주잔에 막걸리를 마시고 선배는 커다란 사발에 소주를 부어 마실 테니,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 승리가 뻔한 내기를 누가 마다하랴? 내기의 승패보다도, 아무런 상관없는 후배를 챙겨주려고 배려하는 선배의 모습이 가상하고 고마웠다. 결국 그 선배는 소주 세 대접 만에 나자빠져 버렸다. 대자로 뻗은 선배를 보며 홀짝대는 술맛이란...모임이 끝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오면서, 우연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나의 취기어린 눈에 신림동 밤하늘의 모습이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아른대고 있었다. 별은 제각각 빛나겠건만, 내 눈에는 그 별들이 아름다운 소용돌이 속에서 한데로 얽혀들고 있었다. 아롱지듯 물결치는 별과 달의 굽이들이 뜨겁게 작열하는 내 삶의 미래를 그려주기라도 하듯 넘실대고 있었다.

지금 나의 삶은 대학 초년시절 <별밤>의 기억조차 애잔하지만, 지금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그 밤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밤 우리는 1889년 정신병원의 창살너머로 고흐가 보았던 하늘과는 다른 하늘과 별 아래 서있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여전히 우리네 삶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영혼의 울림과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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