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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유언] ‘사기풍’에 흔들리는 실직자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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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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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씨는 작년 이맘때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 과장이었다. 하지만 느닷없는 ‘경제한파’로 정씨의 손에 쥐어진 것은 ‘사직서’. 대학 졸업 후 2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정 씨에게는 최대의 시련이었다. 그러나 정 씨는 배신감과 절망감을 떨치고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신문을 뒤졌다. 눈에 들어 온 것은 도시락 체인점 광고. 정 씨는 곧바로 체인점 본사로 달려갔다. 정 씨에게 특별히 혜택을 주겠다는 직원의 설명에 정 씨는 혹시 기회를 놓칠까봐 즉석에서 선금을 치르며 계약을 하고, 며칠 후 퇴직금으로 받은 2천만원을 인테리어 비용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를 넘기고도 본사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불안해진 정 씨가 본사를 찾아가보니 정 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만 웅성거릴 뿐이었다.

  위 이야기 속의 정 씨와 같은 피해사례는 한 두건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실직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전문사기단이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형태도 간부 사원 취업 및 창업 사기, 신규 취업 희망자를 노린 취업 알선 사기, 실직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리점 및 부업 사기 등 매우 다양하다. 이같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직자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행각은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것만 해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 동안 총 피해 건수인 493건의 23배에 가까운 1만1천2백여 건에 달한다. 현 경제위기와 함께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사기천국’으로 돌변한 것이다. 물론 불안함과 조급함,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심리로 섯불리 아무데나 투자한 실직자들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기단이 성행하도록 방치한 정부도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후 처리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며 국회에서는 ‘JP 총리 인준 공방’에 이어 안기부 관련 ‘북풍공방’, 이제는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가열찬(?) 정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몇몇 국회의원들은 노름에 혈안이 돼 고스톱판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실업과 사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직자들에게는 이런 정부의 대응과 국회의 현실이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책을 강구해 범죄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신력 있는 취업 및 재취업 창구, 즉 채용박람회 등의 임시적인 대응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실직자 역시 ‘단기 고소득’, ‘소액투자 최대이익’ 등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생각은 버리고 투자를 함에 있어 각별히 주의를 기해야 할 것이다.                    

/ 윤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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