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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남자들이여, 부디 몸조심 하소서!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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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14  2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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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611~12)
 
‘유디트’라는 여성만큼 서양미술사의 단골소재가 또 있으랴.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알로리, 까라바죠, 루벤스,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얼추 헤아려도 열 손가락 넘는 작가들이 그녀를 즐겨 표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작가에 따라 유디트를 표현한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가녀리고 청순한 소녀로 표현했던 까라바죠로부터 농염하고 뇌쇄적인 요부로 그려냈던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가들의 손에서 유디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유대인 과부인데, 앗시리아 군의 적진으로 들어가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술로 유혹한 후에 칼로 목을 베어옴으로써 이스라엘을 구하는 여장으로 묘사되어 있다.“ 유디트는 침상으로 다가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털을 잡고‘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오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말한 다음, 힘을 다하여 그의 목덜미를 두 번 내리쳐서 머리를 잘라내었다.”(<유디트 서>) 이렇듯 성서 속의 유디트는 애초에는 이교도의 부패와 욕망을 단죄하는 겸손과 순결, 믿음의 승리를 나타내는 기독교적인 미덕의 소재로 다루어지다가,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살인과 폭력의 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변화되어 갔다. 19세기 중반 이후 그녀는 남성을 파멸에 빠뜨리는 악녀로 표현되는데, 특히 이 시기는 여성해방운동이 서서히 태동되는 시점으로, 자의식을 획득한 존재로서의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심과 경계심이 이러한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빚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듯 다양한 유디트의 초상 중에서 단연 우리를 사로잡는 그림은 바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이다. 다른 화가들이 유디트를 청순하거나 매혹적인 여성, 그래서 실상은 남성관객의 눈요기인 관음증의 대상으로 그려냈다면,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그야말로 남성의 목을 벨만한 튼실한 팔뚝과 강한 집념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이미 적장의 목을 베어 손에 들고 있는, 그럼에도 옷자락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적장을 유혹한다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상한 자태와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은 내숭덩어리 유디트를 그려냈다면, 이에 반해 아르테미시아는 유디트가 적장을 처단하는 바로 그 순간의 폭력성과 잔인성을, 또한 선혈이 낭자한 핏자국과 공포에 뒤범벅이 된 남성의 얼굴과 냉혹할 정도의 침착함과 결의에 가득 찬 여성의 얼굴을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바로 이러한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에는 여성으로서 그녀가 겪었던 경험이 온전히 드러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아카데미의 입학이 거부되었고, 화가 타시로부터 개인수업을 받던 중 그로부터 강간을 당하게 된다. 일곱 달의 성폭행 재판 중에서 그녀는 오히려 타시를 유혹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성폭행을 증명하기 위해 질 검사를 받고 엄지를 가죽끈으로 조이는 고문을 받기도 하였다. 결국 타시가 아내를 살해하려 하였고 처제와 근친상간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과정 동안 열아홉 살의 소녀가 받았던 충격과 상처는 지울 수 없는 것이 되고야 말았다.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이렇듯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저항과 폭력적인 남성에 대한 처단과 복수라는 화가 자신의 집념이 여실히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아르테미시아는 여성만의 고유한 시각과 표현방식으로, 다른 남성화가들이 그려낼 수 없었던 새로운 유디트를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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