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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숨은 당신 '쌩얼'이 궁금합니다!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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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6.02  14: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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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랑 <자기교배> 시리즈 (1997)
 
여름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을 떠올려 볼 때, 잊을 수 없는 ‘과제의 추억’ 중의 하나는 송충이 죽이기 숙제였다. 요즘 세대들이야 ‘설마’하고 황당해하겠지만, 내 선배 때는 쥐꼬리 잘라오는 것도 있었다 하니 믿거나 말거나 분명한 진실이다. 물론 송충이를 잡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큰맘 먹고 핀셋을 들이대다가도 찔끔 하며 움츠려드는 그 놈들을 볼라치면, 내가 먼저 소스라쳐 줄행랑을 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송충이도 걔 엄마 눈에서 보면 예쁠 텐데, 내가 생각만 바꾼다면 그리 겁낼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서 찬찬히 송충이를 들여다보았더니, 과연 고놈들 나름대로의 ‘매력’이 눈에 띄지 않던가. 그렇다고 물론 그 이후 송충이를 어여삐 여기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포심은 줄일 수가 있었다. 

실상 송충이의 마디마디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면, 그 또한 아름다운 대상의 반열에 들어 손색이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서구 사람들은 오랫동안 아름다움은 객관적인 것, 즉 비례, 조화, 균형 같은 기준이 미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미인=8등신이라는 기준도 비례라는 객관적 속성으로서의 미를 당연시하는 사고다. 그러나 방금 송충이의 예에서 보았듯이, 비례있고 균형있는 것이라도 모든 대상이 다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는 역사적인 지평에서의 인간적인 삶의 가치와 의미가 투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미라고 여겨졌던 많은 기준들은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의 가치관과 이념을 반영한다. 따라서 많은 여성주의자들은 가부장적인 남성지배 사회 속에서 여성의 미 또한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되어왔다는 사실을 비판하고자 한다. 

올랑의 <성 올랑의 환생> 프로젝트는 서구미술의 규범화된 미인의 이미지(이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눈은 제라르의 <싸이케>, 턱은 보티첼리의 <비너스>, 입은 부쉐의 <유로파>에서 따온 모습)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성형수술하는 일련의 작업으로서, 그녀는 수차례에 걸친 수술과정과 수술 직후의 멍들고 부은 모습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기록하고, 수술때 나온 피나 지방, 살점들을 이용하여 또 다른 예술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올랑은 성형수술이란 남성의 권력이 가장 강력하게 여성의 신체에 작동하는 영역 중의 하나라고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미의 기준에 따라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야하는 여성의 억압적 상황을 수술 후의 그로테스크한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웅변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올랑의 <자기교배>(1997)는 전혀 다른 미적 기준을 가진 문명, 즉 고대 콜롬비아나 아프리카 문화의 미인의 이미지와 자신의 성형얼굴을 결합시키거나, 아프리카의 가면들과 조각상들을 차용하여 변형시킴으로써 새로운 기형적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그럼으로써 올랑은 아름답고 정상적이라고 하는, 서구사회의 규범적인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대해 반성하게 만든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강요된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끊임없이 지탄받고 변화를 요청받는 것은 단지 여성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건강하고 자연스런 나의 몸과 얼굴을 그 자체로 자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엇비슷한 성형인간들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괜시리 무작정 주눅드는 일은 없지 않을까.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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