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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추석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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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9.13  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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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은 3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보였는데, 어머니는 저녁마다 옥상에서 날 부르곤 하셨다. 운동장에서 정신없이 뛰놀다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어머니 음성이 내 목덜미를 잡아채곤 했다. 그만 놀고 밥 먹거라.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나는 못들은 척 공놀이를 계속했고, 누나 여섯 중 하나가 기어코 나를 붙잡아 집까지 질질 끌고 가곤 했다. 추석이 되면 더 심해졌는데, 어머니는 추석도 되기 전에 새로 사준 추석빔을 망칠까 싶어, 하나뿐인 아들에게 새로 한 추석음식을 먹이고 싶어 툭하면 누나들에게 날 잡아 오라 시키셨다. 그런 날은 연탄불에 전을 붙이는 누이들 옆에서 음식을 집어 먹으며 배를 땅땅 두들기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나이어린 막내인 탓도 있지만 하나뿐인 아들이라서 난 얌체처럼 추석이 되면 어머니와 누이들이 해놓은 음식을 야금야금 훔쳐 먹기만 했다. 기껏 하는 거라곤 아버지가 산적을 하려 소고기와 야채를 꼬치에 끼우시면 꼬치를 하나하나 건네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내가 언젠가부터 추석이면 어머니 옆에서 추석음식을 준비하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반죽을 하고, 밤을 까고,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꼬치를 끼우고, 여기저기 잔심부름을 다니며 정신없는 추석을 보내곤 하는 것이다. 처음에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셨는데 딸 여섯 모두 시집가고 며느리도 없는 칠순의 부인 옆엔 서른 중반의 아들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젠 인정하시는 눈치다. 더구나 제법 내 손이 야무진지 추석을 세면 셀수록 음식 준비하는 솜씨가 능숙해져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장가도 안가고 음식장만을 돕는 내 모습이 얄미운지 가끔 등짝을 찰싹 때리시곤 아이고 내 팔자야 하신다. 뭐, 힘 좋은 주방보조가 있으니 팔자가 좋으신 게지 하면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마신다. 추석 당일이 되고 누이들이 하나 둘씩 집에 오면 남동생이 해놓은 음식을 입에 넣고 부모님과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이제 내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된다.

이번 추석도 어김없이 나는 장가를 가란 지청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음식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일손을 돕는 일이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슬퍼질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처럼 자식이 철들 때를 대부분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시인처럼 반백의 나이가 되면 떠나신 부모님을 그리다 달빛에 마음을 의지할지도 모른다. 그땐 옥상에서 목청껏 나를 부르던 어머니 목소리가 한없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아, 이젠 곁에 있어도 그리운 내 어머니, 아버지.

/ 이현준(소설가, 現철학과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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