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됐던 우리나라 사진계가 ‘사진영상의 해’를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백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사진의 변천과 미래 사진의 역할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1.과거의 사진과 오늘의 사진
2. 21세기 미래 사회의 사진의 역할
3. 한국 사진의 정체성

  오늘날 조직화되고 고도화된 소비사회와 미디어 사회에서 사진은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모든 정보는 문자에 의한 것보다는 사진영상을 통해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대중과 밀착되고 있는 반면 사진의 창작은 표현으로서의 사진을 추구하며 이미지와의 유희에 열을 올린다. 뉴 웨이브나 포스트 모더니즘의 구성 사진작가들은 현대 소비사회에 있어서 사진은 창조가 아니라 하나의 소비활동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전통적인 기록방식을 벗어나 촬영의 주제를 스스로 창조하며, 촬영하는 개념에서 만드는 사진으로 전환했다. 즉 탈이념, 탈구축에 의해 오늘날의 사진과는 현대 문화 행태로부터 탈출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사진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사진은 매체 예술이다. 카메라, 렌즈, 필름, 인화지 등 수없이 많은 개체를 통해 사진은 창작되고 대중에게 전달된다. 이 낭비적인 매체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감광제가 되는 은의 고갈, 석유화학 제품이 한계에 달하면서 사진의 필름조차도 APS필름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화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진의 디지털화도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미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에서는 디지털 포토과목이 설강되고 있으며 ‘사진의 메카’라 일컫는 서울 충무로 거리의 사진 현상소는 정체상태에 있는 반면 컴퓨터 사진을 만들어주는 출력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회가 영상시대로 치달으면서 사진의 이미지는 종전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사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사진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미 디지털 카메라가 시판되면서 신문사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즉시 전송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 또한 다음의 난제 때문에 실용화가 되기는 어렵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의 저장능력의 한계점, 상품의 고가, 사진 출력의 질, 즉 선명도와 색상, 그리고 출력 속도가 아직은 기술력의 부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어 대중화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21세기 초에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일반 가정에서는 앨범이 필요없이 CD-ROM으로 가족사진이 보관되고 출력에 의해 필요한 사진은 원하는 사이즈로 뽑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사진영상은 21세기에 접어들수록 더욱 깊숙히 생활문화를 파고들 것이며 영상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예견된다. 이러한 시대에는 사진의 창작은 표현의 매체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므로 현재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표현수단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표현방식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남게돼 이를 끝까지 고수하고자 하는 보수파가 있는 반면, 새로운 매체를 통한 이미지를 개발하려는 측은 끝없이 컴퓨터와 디지털 이미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진이 타 예술 분야의 시대적인 장르를 뒤쫓으며 그것과 융합하려고 노력했으나 이제는 반대로 사진의 매체나 표현방식을 이미지화시키지 않고서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홍순태(신구전문대학 사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