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에서 배우는 사회

산림 생태학을 전공한 차윤정씨가 펴낸『나무의 죽음』은 치밀한 관찰자가 돼 숲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곳에 인간의 이야기는 들어갈 공간이 없다. 철저히 야생에서 피어나고 지는 식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독자들은 글을 읽어 나가며 식물들이 자아내는 생태 드라마에 생경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책 곳곳에 실린 선명한 식물 사진 들은 그것들의 ‘삶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준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으로도 내세웠듯 ‘나무의 죽음’에 천착한다. 죽은 나무의 거대한 몸체가 숲의 다양한 생물체들에게 어떻게 이용되는지 그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분석해 나간다. 그 속에서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의 유기적인 관계도가 그려진다. 생태계 그 구석구석을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인간 중심주의적인 세계관도 물렁해져 있다.

숲을 걸어 나오며 지은이는 나뭇잎에게 새로운 말 걸기를 시도하라고 전한다. “당신은 어느 영혼으로부터 왔나요?”,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요”

▲ 노인이 심은 것은 도토리가 아닌 희망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 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 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는 늙은 양치기로 황무지에 도토리와 자작나무를 심은 일에 평생을 바친다. 그 사이 두 차례의 무자비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는 꿋꿋이 나무 심기를 계속한다. 40여 년이 지나고 그 황무지는 아름다운 숲으로 변한다. 더불어 사람들이 모이고 축제가 벌어지며 마을이 생겨난다.

장 지오노(프랑스)의 이 소설은 숭고한 인품을 지닌 한 인간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과 실천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황폐화된 물질문명 속에서도 인류가 지향해야 할 공동의 선과 생태주의적 삶을 드러내고 있다.

▲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씨의『나무가 말하였네』는 나무를 소재로 한 70편의 시에 작가의 정갈한 입담이 더해졌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는 작품을 통해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천천히 집어 들고 있다.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를 독자에게 내놓으며, 나무와 시의 ‘교접’을 시도하고 있다. 그 ‘교접’의 과정엔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시에대한 감상과 시인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살포시 얹어 있다.

기형도, 김춘수, 박목월, 신경림, 장정일 등. 나무에게 말걸기를 시도한 시인들은 비교적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이다. 하나하나, 이들의 시들을 읽다보면 시인들의 시어가 나무에게서 풍기는 정취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저자의 에세이마다 실린 사진들이 아기자기 하다.

지은이는 현재 본교 언론정보학부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