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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독일의, 독일에 의한, 독일을 위한감성 표현에 중점을 둔 순수 독일식 '표현주의'미술과 에밀 놀데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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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4.05  13: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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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놀데<십자가에 못 박힘>(1912)
 
<성경>의 구절에 충실하게 놀데의 그림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를, 오른편에는 예수의 옷을 가지려고 주사위를 던지는 병사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이제껏 동일한 이야기를 그린, 그 어떤 화가의 그림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전해준다. 화면 안에 빽빽이 들어선 인물들은 회화의 표면으로 압축된 듯 평면적으로 보이며, 넓은 색면으로 칠해진 원색의 색채대비와 과감하게 단순화된 인물표현과 배경처리는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르네상스 시대에 아리아인이나 이탈리아인으로 그려졌던 예수는 붉은 머리를 지닌 유태인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피를 흘리며 처연하게 매달린 예수의 육신은, 무력하게 그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아니면 그조차 힘겨워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여인들의 나약한 군상과 애시 당초 이런 죽음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유치한 놀이에 빠져있는 병사들의 우스꽝스런 형상과 대조되어 더 한층 강렬하게 우리의 가슴 속을 헤집어든다. 이 그림은 그저 십자가 처형이라는 성서적 주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담긴 고통과 처절함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을 여실히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실재에 대한 사실적 모방이나 이상화된 재현이 아니라 예술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는 예술을 '표현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표현주의라는 명칭은 이렇듯 포괄적인 의미 이외에도, 좁은 의미에서는 1905년부터 1차 대전 직전까지 활동한 독일의 예술가 집단들, 구체적으로는 다리파(키르히너와 헤켈)와 청기사파(칸딘스키와 마르크)의 예술경향을 지칭한다. 다리파의 일원이었던 놀데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지대에서 태어났는데, 한센이라는 원래의 성을 고향마을의 이름을 따서 놀데로 바꿀 정도로 그의 작품에는 독일 고유의 특성이 강조된다. 특히 그는 르네상스를 포함한 고전주의적 이상화와 '지금 여기'의 감각적 인상을 기록했던 프랑스 인상주의에 저항하면서, 중세 독일의 고딕예술을 찬양하고 북유럽 특유의 심오한 정신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그는 사물의 형태와 견고성을 프랑스 입체주의가 파괴한다고 비판하면서, 분해 대신에 결합을, 가벼운 취향과 도식화 대신에 심오한 표현을, 그리고 넓은 색면과 강렬한 색상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놀데의 표현주의는 알프스 북쪽 사람들의 기질과 사회의 성격으로 설명되는데, 북구의 자연환경은 냉혹함과 어두움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따라서 고전적 인간의 밝고 명랑한 예술에 대립되는, 공포심에 가득 찬 고딕적 표현세계의 초월주의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놀데의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것은 원시미술과 비서구 문명의 "원초적" 예술인데, 이는 기술적으로 모자란 듯 서툴고 조야해 보이는 표현방식과 강렬한 원색, 그리고 이를 통해 표출되는 강력하고 마술적인 정신성과도 연관된다. 실제로 놀데는 남태평양 제도를 여행하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몽고를 지나 서울에까지 왔었다. 한국 여행 중에 놀데는 한국인의 소묘 세 점을 그렸고 서울 강변의 모습을 수채화로 남겨놓았으며, 베를린 민속박물관에서 본 한국의 장승을 <선교사>라는 그림 속에 표현하기도 하였다. 


'혈통과 땅'이라는 나치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듯, '원초적 대지'를 강조하고 '순수하게 독일적인 미술'을 추구했던 놀데의 표현주의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치에 의해 퇴폐미술로 낙인찍혀 파괴되고 작품활동이 금지되는 운명에 처하였다. 물론 동일한 상황 속에서 자살을 선택한 표현주의자 키르히너와 같은 비극적인 최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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