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꽃향기가 진동했던 지난 2일 춘천시 석사동에 위치한 국립춘천 박물관(박물관)을 찾았다.

2002년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도내 유일의 국립박물관으로 강원 지역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3층(지하 1층) 건물로 이뤄진 박물관 안엔 약 1천여 점의 유물이 관객들을 맞고 있었다. 지난 3월에는 개관 이래 처음 상설전시실 2곳이 개편되면서 강원 지역의 전통 문화가 더욱 화사하게 피어났다.

박물관 입구에 당도하자 회색빛의 웅장한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새파란 나뭇잎에서 품어져 나온 빛깔이 이곳 주위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었다. 건물 옆에 마련돼 있는 산책로 주변의 나무들은 푸르름을 더해 봄의 정취를 한껏 자아냈다. 박물관 안은 붉은 색 벽돌이 촘촘히 박혀져 있어 바깥 풍경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줬다. 손을 꼭 잡고 박물관을 구경하는 다정한 여인과 관람객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해주는 친절한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었다.

박물관에는 1,2층에 두 개씩 총 4개의 상설전시실이 갖춰져 있었다.

‘선사의 강원’을 주제로 한 1전시실에는 구석기에서부터 초기철기시대까지, 선사인의 삶의 모습이 녹아 있었다. 여기저기 때가 탄 빗살무늬토기는 곳곳에 금이 가 있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서 ‘여기에 어떤 음식들이 담겨졌을까?’하는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제 1전시실에는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담아 낸 영상물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설치돼 있는 2전시실에선 청동자루솔, 뿔잔, 선림원지종 등을 관람했다.

3월에 새 단장한 2층의 3, 4전시실에선 강원 지역의 역사적 특성이 좀 더 또렷이 관찰 됐다. ‘강원의 명산, 불교와 왕실’이란 테마로 기획된 3전시실에는 한송사지 석보보살좌상(국보 124호)을 비롯한 4점의 지정문화재가 놓여 있었다. 강원도에는 예로부터 유서 깊은 사찰들이 많았는데, 전시실에는 조선시대의 대표적 여성 화가인 신사임당의 작품들과 당시 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같은 층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사진작가 이형록 선생의 <소박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 designtimesp=17576>이란 작품전이 눈앞에 펼쳐졌다. 인간소외 현상이 극심한 지금의 현실에 비쳐봤을 때, 흑백사진 속 한국의 1950년대는 가난했지만 정겨운 인간애가 흐르고 있었다. 1917년 강을에서 태어난 이형록 선생은 그동안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서민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이곳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저녁 때 열리는 야간개장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큐레이터는 특정 주제를 선정해 전시품을 소개하고 작품에 얽혀있는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이밖에 박물관에는 전통문화체험장과 도서실, 야외공연장 등이 마련돼 있다.

관람료는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무료다. 관람 시간은 평일 (월요일 휴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주말ㆍ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