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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쓰레기도 예술이다'콜라주'의 삼차원적 표현, 라우센버그의 <침대>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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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5.24  12: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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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유명하다싶은 화가 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 잘 나가는 화가에게 이제 막 미술계에 명함을 내밀은 초짜 화가가 찾아가서,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그림 한 점을 기증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당찬 신인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던 작가의 작품을 얻어 와서는 한 달 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말끔히 지운다. 그리고 나서는 흐릿한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이 그림을 자신의 예술작품이라고 전시한다. 과연 이것은 예술작품인가?

미학수업의 토론에나 나올 법한 이 사건은 미국에서의 실제 상황이며, 바로 라우센버그의 <지워진 드 쿠닝>이라는 작품이다. 또한 사뭇 지워지기 어려운 작품을 흔쾌히 기증했던 맘씨 좋은 화가는 잭슨 폴록과 더불어 추상표현주의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윌렘 드 쿠닝이었다. 이 당시 추상표현주의는 세계적인 미술로서 명실상부한 권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명성이 자자한 화가의 작품을 가져다가, 그것도 싹싹 지워서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전시했다고 하니, 이 젊은이의 신선한 발상과 호기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라우센버그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당대의 주류 예술의 권위를 조롱하고 전복시키는, 그야말로 전위적인 예술실험들을 선보였다. 30살 때 발표한 <침대>라는 작품은 이러한 기발한 착상과 새로운 도전의 전시장이자 출발점이다. 이것은 그가 작업실에서 쓰던 헌 침대보와 낡아빠진 배게, 누비이불 등을 널판 위에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이를 최초의 “Combine Painting"이라고 불렀는데, 컴바인이란 일상의 물건, 즉 쓰레기와 같이 낡고 흔해빠진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붙인 것을 뜻한다. 일찍이 피카소가 신문이나 헝겊조각을 오려 붙인 꼴라주를 통해 아방가르드 예술의 길을 열었다면, 라우센버그는 피카소의 꼴라주를 삼차원적으로 확대하고 버려진 폐물까지 이용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낡은 침대보와 배게를 수직으로 벽에 붙임으로써 하나의 예술작품을 창조했는데, 이는 말하자면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샘”이라 전시한 데서 시작한 레디메이드의 전통을 한층 발전시킨 것이다.

그런데 <침대>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화면 전면에 뿌려 갈겨진 물감자국이다. 물감의 자취로 인해 작품은 기계적인 일상품의 집적을 넘어서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회화적 붓질이 가미되었다. 이는 추상표현주의가 강조했던 “자아 표현”의 마지막 잔재이자, 그 과도함에 대한 조롱 섞인 풍자와 힐난이다. 더욱이 서구의 모더니즘 예술이 인상주의로부터 큐비즘, 그리고 추상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해온 역사이고 그 속에서 회화는 자신만의 순수성을 위해 문학이나 연극, 조각과 같은 다른 매체로부터의 “오염”에서 정화되는 길을 택함으로써 보다 평면적이고 추상적으로 되었다는 논리에서 보자면, 라우센버그의 컴바인 회화는 이러한 모더니즘의 발전논리에 정면으로 거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일상의 낡아빠진 사물들을 순수예술의 영역에 도입할 뿐만 아니라, 회화와 조각의 경계까지 허물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연주도 없는 가운데 일상의 잡음을 음악이라고 선언했던<4분33초>의 존 케이지나 일상의 동작과 움직임에서 현대발레를 구성했던 머스 커닝햄과 라우센버그가 긴밀한 교류를 나누었다는 것은 우연일 수 없다. 그는 “회화는 예술과 삶 양편 모두에 관계하며 나는 그 둘 사이에서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주류에 대한 반역과 새로운 것의 창조라는 예술정신을 누구보다 분명하게 실천한 라우센버그, 그는 지난 5월1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예술이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지는 않을지언정, 그의 창조정신과 저항적 도전만큼은 삶이 살포시 지루하게 느껴지는 한 순간 더욱더 그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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