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사진계가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백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사진의 변천과 미래 사진의 역할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과거의 사진과 오늘의 사진
21세기 미래 사회의 사진의 역할
한국 사진의 정체성

  우리나라에 사진이 처음도입 된 것은 1백 20여년 전이다.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그러나 사진 선진국인 프랑스, 미국, 일본에 비하면 수준의 차이를 절감하게 된다. 우리 사진의 시작은 사진의 본질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사진의 본질에 대한 연구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사진은 초상사진이나 찍고, 자연과 관조의 대상을 아름답게 미화시키는 것이 창작으로만 간주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떠한 사진장르의 정착도 없이 미적 시각에만 급급한 ‘살롱사진’의 한계를 벗어나는데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우리 사진은 정체해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복잡한 정칟사회적 환경으로 사진이 안주할 여건이 조성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조말엽 도입된 사진이 그 싹을 틔우기도 전에 한일합방으로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권에 예속됨으로써, 우리는 일본을 통해 들어오는 서구의 사진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여 모방하기에만 급급했다. 사진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진도입은 모방으로 안주할 수밖에 없었고 해방을 맞았으나 정치적 혼란기, 6.25라는 비극적 전쟁과 연이은 정권교체는 사진이 자리를 굳히지 못하게 된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교육기관의 전무한 상태로 올바른 사진 인재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낙후된 요인이다. 1951년 부산 피난시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처음으로 사진강의를 시작한 이래 본격적인 사진학과가 설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30여년전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것은 사진에 대한 예술계의 인식부족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사진학과의 폭발적인 인기 상승으로 현재 37개 대학에 사진학과가 개설되었으니 이제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포화상태로 변모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사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동안 사진은 민간단체와 아마추어 사진써클에 의해 활동이 이어졌다. 이 시기에는 사진공모전이 관인 문공부와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공모전으로 이원화돼 사진계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 공모전은 사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올바로 유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매체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우리 사진은 혼란스럽고 다양한 양상으로 분류화 된다. 처음으로 한국적 생활주의 리얼리즘이 6.25전쟁을 기점으로 토착화되기도 했으나 그것 또한 전후 일본의 도보껜이나 도마쓰 쇼메이가 이뤄 놓은 리얼리즘 사진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적 의미의 사진이 싹튼 것은 1960년대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연구활동이 활발히 이뤄져 정체성을 떨쳐버리려는 사진인들의 노력으로 우리 사진은 오늘에 도달했다. 그러나 시대의식과 자의식이 없는 미적 시각의 답습은 결코 현재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날의 사진은 시점의 사진, 무한한 매체활용의 사진으로 변모하고 예술적 기능의 부각과 동시에 사진의 미학적 특성을 살린 ‘사물의 고립을 통한 포토미니멀리즘 시각’과 더불어 영상화, 추상화 능력의 함양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어설픈 매체의 혼용과 모방 그리고 무분별한 외국사진의 수용을 지양하고, 사진표현의 독자성을 견지하면서 인간 내부의 심성을 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진의 올바른 개념과 흐름을 정리해 미래 지향적 시각의 사진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