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 헤더웨이, 메릴 스트립 주연의 동명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는 자신의 학벌과 화려한 이력으로 유명 언론사의 취직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달리 잔인했다. 수 십 통 돌린 이력서 중 그녀에게 온 답변은 단 하나. 패션계의 실세를 쥔 ‘런웨이’ 잡지의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슬리의 비서 자리. 악마같은 미란다는 폭우가 쏟아져 모든 항공편이 취소된 날 개인용 제트기를 띄우라 명령하고, 출간되지도 않은 책을 구해오라 윽박지른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앤드리아가 장래희망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 밑에서 버텨내는 칙릿(젊은 여성을 겨냥한 영미권 소설) 소설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유쾌! 상쾌! 통쾌! 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책에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느낄 모든 비애가 담겨 있었으니까. 유독 내 보고서에만 지적을 많이 하는 과장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 자신과 점점 멀어져가는 가족까지. 이 책은 단순한 흥미 너머의 현실의 잔혹함을 유쾌하게 표현해냈다. 이상과는 다른 현실에 고민 중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알록달록한 이 책을 집어 들자. 가벼운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 버린 후 주인공 안드레아가 대처했던 방법으로 현실을 맞서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이다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