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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하루] 낚시꾼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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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9.13  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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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꾼
                                   -천상병

일심으로 찌를 본다.
열심히 보는 찌는 꽃과 같다.
언제 나비처럼 고리가 올까?

조용하디조용한 강가
아무도 안 보는 데서
나는 정신의 호흡을 쉴 줄 모른다.

드디어 찌가 움찍하더니
나는 고기 한 마리의 왕
승리한 양 나는 경치를 본다.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하다 인생항로를 바꾼 후배 하나가 늦은 저녁 춘천에 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달랑 대낚시 3개. 날 보자마자 무턱대고 어디로든지 낚시를 가잔다. 릴낚시도 아니고 받침대 하나 없는 대낚시로 그는 가물치라도 잡을 기세였다. 어쨌든 나는 그 기세가 좋았다. 춘천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러 올 때 마다 난 이른 새벽 남춘천역에서 그를 기다리곤 했다. 아침을 함께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그의 굽은 등을 보면서 ‘그 답지 않다’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항상 장난치기 좋아하고 능청스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그가 영원히 사라질까 두려웠다. 공무원을 포기한지 1년. 그는 춘천에 올 때 마다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애당초 그의 말대로 공무원은 자유로운 피터팬이 할 만한 자리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낚싯대를 내게 들이밀었던 것이다. 허참, 도깨비 같은 녀석,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가까운 낚시가게에서 필요한 용품을 샀다. 찌와 찌고무, 낚시받침대와 여유분의 낚싯바늘, 떡밥과 싱싱한 지렁이도 잊지 않았다. 낚시를 해본 기억이 화석 같아서 낚싯대를 어디에 드리울지 몰라 신북읍의 작은 내에 우선 자리를 잡았다. 이미 어둑해지는 시간, 우리는 준비한 야광라이트를 찌 위에 달았다. 전날 내린 비 탓에 물살이 거세 찌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검은 물결 속에서 숨바꼭질을 했다. 장소를 몇 번 옮기고서야 찌는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서로 한번 씨익 웃고서 우리는 일심으로 강태공이 되어갔다. 서울의 말 많은 세상에 지쳤는지 후배는 입을 앙다문 옆태로 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찌의 움직임에 집중하곤 정신의 호흡마저 쉬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 달려드는 모기에 아차, 소리를 낼 뿐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정말 대나무로 만들어진 대낚시를 선물로 주셨다. 오래되고 낡은 물건이지만 난 제법 많은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어른들은 찌도 없이 대끝의 움직임만으로 고기를 낚아 올리는 꼬마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 뒤로 난 종종 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낚시를 다녔다. 이런 저런 곤란한 사정이 줄지어 집안을 심란하게 하던 시절, 초등학생인 난 고기가 아닌 평온을 낚으러 강가를 찾았다. 지금 생각하면 소년은 고기를 낚는 일보다는 강가에 앉아 대를 드리운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갔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시간이 지나 소년은 별반 다르지 않은 영혼으로 대를 드리우고 있다. 달라졌다면 제법 좋은 낚싯대에 손을 올리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밤이 깊어가고, 물고기는 입질도 하지 않았지만 후배와 나는 무수한 기억들을 낚고 풀어주길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 평온해 기절할 정도였던 그 순간, 지각한 달이 강위로 떠올랐다. 순간 후배가 나를 보며 씨익 개구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가 사는 가까운 곳에 이런 천국이 있었냐는 듯해서 나도 마주 씨익 웃었고, 그렇게 강이 흐르고, 달빛이 흐르고, 우리 근심이 낚싯대 너머로 흘러가고 있었다.

/ 이현준(소설가 ․ 국문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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