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 Da Street'에서 우승을 차지한 D-Rug Abuse가 수상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설아 기자

지난 17일 오후 6시. 김유정관 앞에 흰 석고 가면을 쓴 다섯 사람이 등장했다. 마리오네트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시작된 춤은 마치 마약 같은 동선으로 관중들을 현혹시켰다. 이들은 스트릿 댄서들의 경연대회인 '제4회 Feel Da Street’에 출전해 Best 상을 수상한 ‘D-RUG ABUSE’. 이 팀의 리더 심준호(18)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심 씨에게 팀 이름의 의미를 묻자 “춤은 마약과도 같아 한 번 시작하면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다”며 “그래서 팀 이름을 약물남용인 ‘D-RUG ABUSE’로 붙였다”고 설명했다. 평소 춤을 통해 알고 지내던 심 씨와 배동휘(21), 박주홍(18), 박영리(18), 이봉식(17)씨가 모여 올해 7월, 팀을 결성했다. 구리와 노원에 연습실을 두고 서울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창단 2달만에 케레스타 댄스 페스티벌과 동성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활동 무대를 넓히기 위해 지방 공연에 참여했던 이들은 수상 직전까지도 이번 대회가 축제인줄만 알고 있었다. “전혀 기대도 안했는데 이런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며 들뜬 모습으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기쁨으로 붉어진 얼굴로 이들은 둥글게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이번 대회는 댄서들을 만나고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장으로 생각한 심 씨는 “다른 팀 댄서들과의 친분을 쌓은 것이 그 무엇보다도 값지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길거리  문화의 성장을 보게 됐다며 뿌듯함과 기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춤을 즐기며 기쁨을 누리는 이들에게도 고통은 있었다. 매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반복되는 연습과 안무 제작에 피곤을 느낀다며 화려함 뒤의 고통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건 마음 속 깊이부터 즐기고 있는 우리 모습”이라며 열정으로서 고통을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천안에서 열리는 ‘아시아 DOSI 댄스 페스티벌’의 준비로 잠시 수상의 기쁨을 접어두려 했다. 심 씨는 “세계 각지에서 유명한 댄서들이 참여하는 큰 대회라 긴장되지만 확실히 즐기고 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쳐 춤을 즐기는 이들의 노력이 좋은 소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이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