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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하루] 공범
김원국 작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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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0.07  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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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반칠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사람이 노래하자
제초제가 씨익 웃는다



이제 가을이고, 가을꽃들이 필 것이다. 꽃들은 그저 꽃들인데 하필이면 꽃으로 태어나서 그 어느 생물체보다도 더 많이 인간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꽃은 예쁘게 피는 것이 목적이 아닌데, 멋대로 사람들에 의해 마치 꽃의 존재 목적이 예쁘게 피기 위해서인 것처럼 규정되어 버린다. 어떤 꽃은 이래서 예쁘고 어떤 꽃은 못 생겼고, 그런 식으로 관념적인 유희로만 이용당한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바람은 사람이 지닌 지독한 욕망에 휘말려 죄다 뜯겨 나가기 마련이다. 꽃들은 인간에 의해 아름다운 것으로 정의되어버렸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재배되고 잘리고 꺾이고 포장되어 팔려나간다.

나는 가끔 내가 꽃의 입장이라면, 하고 생각해보는데, 인간들은 나를 씨 뿌리거나 이종교배 시키고, 한껏 양분을 주고 때론 약물에 중독시켜 예쁘게 키운 뒤, 모가지며 허리를 댕강 잘라서는 다른 꽃들과 한데 칭칭 묶어서 비닐 같은 것으로 뒤집어 씌워서 누군가에게 팔거나 선물로 주고는 한다. 나는 고통스럽고 아파서 울고 있는데, 사람들은 내 냄새를 맡고 웃으며 차를 마시고, 죽어가는 나를 보며 “예쁘네”라고 말한다. 꽃을 받은 여자가 “예쁘네”라고 말하면, 꽃을 선물한 남자는 “너가 더 예뻐” 정도의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나는 4~5일 정도에 걸쳐 여자의 책상 위에서 죽어가다가 바싹 마른 채로 박테리아나 균들의 먹이가 되고, 하염없이 먼지를 뒤집어쓰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꽃보다 예쁜 인간들은 꽃들에게 ‘예쁘다’ 혹은 ‘안 예쁘다’라는 관념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벌거벗고 다니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잡아온 유럽인들이 “추하다! 뭐라도 입혀라!”라고 말했던 것처럼 꽃에게 멋대로 뒤집어씌워놓은 세련된 인간들의 강제적인 의식의 일종인 것이다. 그리고 결국 꽃의 아름다움은 인간들이 얼마만큼 아름다운지를 비교하기 위한 대상으로서 이용되고는 한다. 사람은 결국 사람이 제일 아름답길 기대하는데, 사람만 가지고는 아름다움을 쉽게 느끼기 힘드니까 아름다운 대상을 정해놓고 비교를 쉽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꽃은 마치 정치인처럼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삶을 강요당하게 되는데 이것은 꽃의 입장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인간 위주의 설정일 뿐이다. 그런데도 꽃은 억울하게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말까지 감수하며 그곳에 사람을 위한 비교 대상으로서 존재해야만 한다.

이 시를 읽으며 대번에 ‘백설공주와 마녀’를 떠올린 사람은 내가 이 시를 읽고 느낀 것을 똑같이 느낀 사람일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공주요” 그래서 마녀는 독사과라는 제초제를 쓰는 것이다. 꽃은 물론, 꽃이 살아가는 환경인 자연을 아작 내버리는 게 인간의 삶인데, 아마도 인간은 스스로 가장 아름답고 싶어서 자신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모조리 없애버리려는 게 아닐까? 마녀처럼? 그렇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목숨 걸고 자연을 황폐화 시켜버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우리는 미녀가 되기 위해 마녀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자신은 마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쓰는 종이컵, 컵라면, 나무젓가락들은 무얼로 만들었을까? 이 시의 제목처럼 우리는 이미 공범이다. 이 가을, 꽃밭을 깔고 앉아 정취를 만끽하길 바란다.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다.

/ 김원국(시인 · 국문학과 05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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