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자살은 우리에게 익숙한 뉴스가 되어버렸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자살은 4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자살률이 날로 들어가는 사회 풍토를 본교 철학과 오진탁 교수가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을 통해서 설명했다.

오 교수는 자살의 통계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높은 자살률을 지적했다. 또 자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했거나 원했던 사람들의 예를 들며 자살이 어느 계층 그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 올 수 있는 현상이라 전했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며, 이를 이기기 위해선 감정을 숨기지 말고 폭발시키라 충고했다. 또, 우울증으로 자살한 유명 연예인들의 예를 들며 이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를 설명하기도 한다. 베르테르 효과란 유명인의 자살을 따라 하는 동조 자살을 말한다. 자살의 무서운 전염성은 이미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 사망당시 일반인 자살 사망률의 급격한 상승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본문의 뒤편에는 오 교수가 본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자살예방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본교에서 자살예방교육, 죽음의 철학적 접근 등 3개의 교과목을 개설해 자살과 삶에 대해 강의해왔다.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레포트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그동안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알 수 있다. 학기 초 우울증을 앓고 있던 한 학생은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듣고 학기 말,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는 자살 예방 교육의 효과를 보여준다.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 탤런트 최진실은 평소에도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고통스러워하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죽는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철학적으로 보았을 때, 죽음이란 끝이 아닌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관문일 뿐이다.

25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은 독자에게 재미를 선물하지 않는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독자들은 자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대입에 실패한 고등학생,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줌마. 그들의 실화가 나열되어 있는 책은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경고를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글이라기 보단 저자의 끊임없는 논설문 같다. 책을 덮는 순간 자살이라는 게 얼마나 잔인한 죽음인지를 느끼게 된다.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사회에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자살은 늘어가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사망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그에 따라 모방 자살이 남용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 지침서가 될 것이다.

/ 이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