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책 마련, 고용안정 등 민중생존권 보장 요구
기념대회, 최루탄 난사 등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부상자 속출

  올해로 108주년을 맞이한 노동절을 기념한 ‘세계노동절 기념대회’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주최로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개최됐다. 노동자, 실업자, 학생 등 약 3만5천여명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기념대회는 예년과 달리 대회장인 종묘공원이 이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종묘공원 앞 대로까지 대회장으로 사용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는 최근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등의 법제화로 인한 고용불안, 사업자의 불법·부당노동행위 급증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만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념대회에서 2기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은 “현재 김대중 정권은 노동자와 괴리된 정책만을 남발하고 있다”며 “그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맞대응 할 것을 결의한 본인의 발언대로 힘차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이위원장은 정부에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 마련과 민중생존권 보장, 철저한 재벌개혁과 국제통화기금 재협상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노총지도부의 총력투쟁 결의선언을 마지막으로 가두행진이 시작될 무렵 대회장인 종묘공원은 최루탄 연기로 뒤덮혔다. 대회 참가자가 예상외로 많아 참가자들이 불가피하게 도로로 나가게 된 것을 전경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대회 참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대회장 쪽으로 최루탄을 발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황은 급격히 과격한 양상으로 변했다. 대회참가자들은 투석전을 벌였으며 전경들은 다연발탄, 사과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이들의 가두행진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학생, 전경 등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대치상황을 지켜보던 서울 시민들은 ‘평화적 행진 보장 요구’를 외치는 대회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는 등 지지를 보낸 반면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며 가두행진을 막는 경찰들에게는 삿대질을 하는 등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몇몇 시민들은 행진에 참가한 학생을 연행해 가는 경찰들에게 ‘풀어주라’고 항의하며 직접 말리기까지 했다. 이후 이같은 대치상황은 을지로, 종로, 퇴계로 등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졌으며 6시경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서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루탄 난사 등 정부의 폭력적인 가두행진 진압’을 규탄했다. 이갑용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사전 집회신고에 의한 합법적인 이번 집회를 과잉진압했다”며 “정부는 폭력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투쟁으로 이에 대응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기념대회를 기점으로 오는 16일 전국적인 동시다발 집회를 열고 23일 부문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진 후 5월말에서 6월초 사이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과 같은 공권력 투입과 과잉진압 양태 등으로 미뤄 볼 때,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립은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윤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