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관 앞은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한국만화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자 지평을 여는 듯한 느낌의 순간이었다. 올해로 두번째 맞이한 ‘서울 국제 애니매이션 페스티벌(이하 SICAF ;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nimation Festival)’은 ‘만화산업에 관한 국민의 인식전환과 만화산업의 활성화’라는 취지아래 문체부의 주도적인 주최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SICAF96이 보여준 이같은 인파는 대중들의 만화에 대한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발전가능성을 예언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의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았다. 먼저 외적인 문제로 행사장의 체계적인 배치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주최측이 예상을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던 이유도 있지만 애초에 전시물 배치가 복잡하고 통로마다 연결되는 부분에 방향표시도 없어 구경하다 밀려가거나 사람들과 부딪치기 일쑤였다. 만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으로 찾은 전시장 안은 감상의 장소라기 보다 연신 인파에 밀려 땀을 흘려야 하는 ‘시장통’의 한 모습이었다. 또 이번 SICAF96은 출판과 애니매이션을 분리해 전시만을 위주로 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만화화랑과 같이 만화에 관련된 견본품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차별화 된 종합적 전시’라며 자화자찬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질서정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규칙한 상점의 배열로 인해 상품판매소와 통로를 구분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이번 행사의 주최가 민간기업이나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의 주도적인 지휘아래 열렸다는 사실은 꼭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창작에 연관된 문화행사를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많은 창작활동의 제약과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정부 주도하에 시행된 이러한 단기간의 고속성장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그 부작용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영상부문에는 최첨단 산업이 도입될 전망이고, 애니매이션에 관한 관심은 더욱 더 증폭될 것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SICAF행사의 의의는 상당하며, 그 만큼 행사의 외적인 불편의 해결과 민간 주축의 내적인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할 것이다.

/ 김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