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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엽기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살아있는 앤디워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
신혜경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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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1.26  20: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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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다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고 느끼실 법하다. 어디였을까? 초등학교 과학실 유리창 한편에 처박혀있던 인체모형이었던가? 아니면 종합병원 로비였던가? 고향이 천안이라면, 냉큼 이것이 천안의 한 백화점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Mr. Death”, “악동”, “악마의 자식” 등 화려한 수사가 따라붙는 미술계의 신세대 스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로, 우리나라에는 2001년 약 24억원에 사들여져 3억짜리 유리장 안으로 모셔졌다. 전후의 몇몇 팝아티스트나 프랜시스 베이컨 등을 제외하면 별 볼일 없던 영국미술이 오늘날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 주역이 바로 “청년 영국미술가 집단”(yBa)의 기수 허스트이다.

허스트의 이름이 다소 생소하다 싶은 독자를 위해 그의 작품을 잠시 더 살펴보자. 처음으로 유명세를 탄 작품은 포름알데히드 용액의 유리장에 상어를 통째로 집어넣은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육체적 죽음의 불가능성>이라는 긴 제목의 작품일 테고, 터너 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분리된 어머니와 아이>는 어미소와 송아지의 몸을 수직으로 잘라 내장이 생생히 보이도록 두개의 유리장에 전시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들여다보려는 그의 작품은 “덧없는 삶을 둘러싸는 조각”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한다. 유리로 밀폐된 공간은 우리로 하여금 일종의 정신적 패쇄 공포증을 일으킨다. 그것은 관객이 작품 주변을 배회하면서 만나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연극무대이자, 어느 순간 나 자신이 갇혀지고 토막난 동물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지게 하는 극적 공간이다. 동물의 너저분한 내장을 보는 경험은 어느 순간 두동강난 내 몸통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된다.

어찌 보면 엽기적이고 어찌 보면 철학적이기도 한 이런 작품들을 대량으로 쏟아낸 허스트는 또 다른 면에서도 천재적 재주의 소유자였다. 그건 바로 작품의 가격을 올리고 자신의 주가를 상승시키는 일이었다. 재료비 1200만원이 들었던 ‘상어’ 의 가격은 1991년 1억원 정도였던 것이 2005년에는 14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얼추 140배가 오른 셈이다. 작년 5월에는 역대 미술품 중 가장 많은 227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해>를 내놓았는데, 18세기 유럽인의 실제 두개골에다 다이아몬드 8601개를 장식한 이 작품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약 918억에 팔렸다. ‘살아있는 앤디워홀’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신문과 텔레비전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서 스스로를 스타로 부상시켰다.

그런데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미술가를 세계적 작가로 부상시키는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 것은 찰스 사치라는 다국적 광고 재벌의 콜렉터이다. 앞서 보신 <찬가>의 또 다른 에디션을 20억에 사들인 사람도 사치였다. 예술시장에 대한 사치의 열정적인 개입과 선전으로 그가 사들인 많은 작품들은 졸지에 세계적인 미술이 될 수 있었다. 사치가 자신의 수집품을 순회한 전시회인 <센세이션>전은 특히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 브룩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서는 앞서 말한 허스트의 상어 작품 및 파리와 구데기가 들끓는 소머리를 유리장 안에 넣은 <천년> 이외에도, 또 다른 yBa인 크리스 오필리의 <성모마리아>가 문제가 되었다. 이것은 마리아를 흑인으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코끼리똥과 포르노 잡지에서 오린 성기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뉴욕시장이던 줄리아니는 이 작품이 전시되면 시가 제공하는 미술관의 후원금을 동결시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예술의 자유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법원의 재판에서 미술관의 승리로 해피엔딩되었지만, 한 퇴직교사가 이 작품에 흰 물감을 뿌리는 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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