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구성된 사생위원회는 올해로 27대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직적인 체계나 회칙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자치기구인지 한림학사 산하 보조기구인지가 명확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사생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알아본다.

사생들 의견수렴·전달에 적극 나서야
회칙마련, 정체성확립 등 책임있는 활동 필요

  한림학사 운영위원회에 속해있는 사생위원회(이하 사생위)는 총 1천1백여명의 기숙사생들의 의견과 요구들을 기숙사측에 전달해 사생들과 학사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역할은 실제 사생위의 미미한 활동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생위의 명확한 위상이 정립되지 않아 활동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재정의 경우, 한림학사 사칙에는 ‘사생납입금과 교비지원으로 충당한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사생납입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교비지원이 없는 것은 사생납입금을 사생 1인당 4천원씩 받고 있어 전체 사생수로 환산해 보면 4백4십여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생위가 한 학기 동안 벌이는 사업은 열림제가 전부이다. 사생위원장 윤종근(경영학과·3년)군은 이에 대해 “해당 학기 동안 다 사용하지 못한 재정은 다음 사생위에 이월되지만 사생위에 책정된 예산은 해당 학기 동안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학기에 한 번 치루는 열림제에 단대학생회가 한 학기 동안 사용하는 예산(9대 사회대학생회 기준 : 1학기 예산 4백여만원)과 비슷한 지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의문점이 제기된다.

  또한 사생위는 사생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만들어진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숙사생 교양프로그램 도입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사생위가 운영위원회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번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사생들의 의견을 학교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역시 사생위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학생회 사업에 ‘따라가기 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생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라기 보다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구라는 인상이 강하다.

  사생위의 이러한 모습은 기숙사생 교양프로그램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96년부터 사라진 기숙사 식당문제에서도 여실히 나타났었다. 당시에도 사생위는 기숙사식당 폐점에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상의 문제들은 사생위 운영이 공신력 을 가지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기구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회칙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임에도 지금까지 이 기본절차조차 무시돼 온 것이다.

  따라서 사생위가 책임성 있는 사업을 벌여나가기 위해서는 문서화된 회칙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생위는 사생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명확한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