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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김은자의 '떠도는 숨결' 외시인의 순수지향과 염결성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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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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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자의 시를 읽을 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은 순수에 대한 갈망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시를 읽더라도 이러한 지향성은 쉽게 감지된다. 그는 ‘숫눈발’ 속에서 ‘초경의 비린내 풋풋한 순수’를 꿈꾸며 다시 그와 같은 세계로 ‘유입’하고자 하며(「초설」), 먼 하늘 끝에서 빛나는 별들이 근심에 의해 그 빛을 잃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기도 한다(「근심의 별에게」).

  그의 순수지향성은 ‘푸른 머리카락’(「달아나자 어디로?」), ‘새 푸른 이’(「떠도는 숨결」), ‘짙푸른 노을’(「새 가을물」), ‘푸른 수연의 불갈기’(「푸른 수염의 날들」, 좬시와 시학좭1997 가을호 수록) 등 주로 푸른 색으로 시각화 된다. 이때 그 대상들은 비사실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것은 시인이 추구하는 순수의 세계가 현실에 부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시들이 형상화하는 세계가 환상적이고 상징주의적인 색채를 띄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시인의 갈망은 고대적, 신화적인 것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유화’(「샌프란시스코에선 꽁지깃을」), ‘우발수’(「맨발의 백작부인」), ‘동부여’(「하단에서 2」), 헌화가의 노인(「진달래 점등」) 등 신화적 대상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순수의 단면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를 꿈꾸는 시인의 모습은 현실에서 염결성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영원한 노동 끝엷, ‘어느 사랑의 모습이거나 진실의 첫마디를 엿보게 하여’(「안개 속에서」) 달라는 호소성 짙은 싯구 속에서 우리는 순수에 대한 그의 갈망이, 현실적 삶에서 ‘진실’을 끝까지 견지해 나가고자 하는 태도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것은 대학교수라는 시인의 직업과 구체적으로 연결돼 ‘울긋불긋한 사이비학설이 도끼날에 / 넘어가지 / 않으리라 / 흉흉한 비어는 연기의 탑 안에 육회처럼 재워두리라’(「마침표를 지우며」)는 다짐으로 나타나는 것도 볼 수 있다.

  그의 염결성은 ‘대도를 의적이라 하고 / 소월시집 안의 현금봉투 / 대홍수에도 젖지’ (「사족 또는 족발」) 않는 정신성 박탈의 시대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시와 경제 시와 정치 / 두 개의 추상이 사돈과 뒷간처럼 나란히’ 앉아 있는 물신화된 시대에 마치 깨끗함의 표상인 듯 ‘퍼붓는 흰 눈을 뒤집어’ 쓴 ‘문인석’에 경멸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을축년 문인석아」).

  현실과 전혀 타협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완전히 고개를 돌려버릴 수 없다. 이 때 시인의 임무는 그 사회의 타락과 오염의 척도를 재는 예민한 지표식물이 되는 것이리라. 어떠한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김은자는 그 임무에 가장 충실한 시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신지연 (시인·97년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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