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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애들을 보면 어른이 보인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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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23  1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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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기념좌절어린이독주회

 

황병승

 

피아노의건반은여든여덟개

그것들은하나같이만족을알까……

당신은 피아노를 사 들인다

어린이날이라고.

콧물을 훌쩍거리며

빵 부스러기를 흘리는 내가

흑백의 기묘한 작대기들과

교감을 나누리라고.

꿈에서조차 나는 단 하나의 건반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데,

나는 두드린다!

나는 두드리고 당신은 즐거워, 한다

우리아이는요피아노를집돼지처럼다뤄요

손바닥만 한 당신의 뱃속에서

팔다리를 온전히 뻗지도 못하던 내가

처음 하나의 건반을 걷어찼을 때

당신이 내지르던 그 야단스런 음계들이 뭘 의미하는지

꿈에서조차 나는 알고 싶지 않은데,

나는 두드린다!

어린이날이라고

당신은 나를 피아노 앞에 주저앉히고

나는 더 세고 강하게!

두드려도 괴롭고

두드리지 않아도 괴롭고

당신은 그저 즐거워, 한다 어린이날 기념 독주회라고

우리아이는요금세피아노의주인이됩니다보세요

곧 알게 되겠지만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몇 개의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태어난다. 보호받고 싶은 욕구, 편안하고 배부르고 싶은 욕구, 사랑 받고 싶은 욕구.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과도하지도 않은 기본적인 욕구들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오늘날 우리의 일일이 맞춰주기 까다로운 다채롭고 독특하며 고차원의 특성을 지닌 욕망들은 다 배워서 얻은 것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이 욕망을 배우게 되는 것의 시작은 집 주로 그들의 엄마들로부터이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의 욕망에 압도당해(물론 사랑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피아노 앞에 앉는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이 갖고 있는 피아노로 인해 새로운 욕망이 생겨난다. 어떤 아이들에겐 피아노로부터의 탈출이 욕망이고, 어떤 아이들에겐 수준 높은 피아노 개인 교습이 욕망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태어날 때 주섬주섬 챙겨 갖고 나온 욕망이 아니다. 이런 욕망들은 엄마의 자식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되거나(너는 나처럼 살지마, 너는 행복해지길 바래 등등의), 뻐기기 좋아하는 우리 반 반장의 엄마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뻐기기 좋아하는 아이는 그의 엄마로부터 전염된 경우일 때가 많다).

관건은 그것이다. 왜 엄마들은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을까. 왜 무시하거나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들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쓸 데 없는 생각과 현명하지 못한 바보 같은 생각들에 빠지기 일쑤고 때문에 아이들의 말은 걸러서 들어야 하며 때로는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과감하게 교정해줘야 한다. 물론 그 모든 기준은 엄마에게 있다.

이러한 생각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아이들은 어린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엄마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옳은 게 아니라 엄마 같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게 옳은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아이들처럼 생각하게 놔두는 것이 옳은데 그것을 엄마처럼 생각하도록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비뚤어진 욕망이 생기거나 전염된다. 또 하나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무시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지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는 것이다. 이 시속의 화자는 어린이지만 시를 쓴 사람은 서른이 훨씬 넘은 시인이다. 다섯 살, 여섯 살, 열한 살, 어린 시절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아니, 그때 그대로 우리 안에 남아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어리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아이는 어른이 된 그의 안에 있는 것이고 어른인 그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어린이 속엔 그 어린이의 어른(미래)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성장하면서 엄마의 자식에 대한 욕망을 지극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멍청한 거야 상관이 없지만 그런 이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또 같은 짓을 하며 사랑이라 합리화할 때, 욕망은 역사가 된다. 사랑은 기준이 없어 사랑인데 어른들의 사랑에 기준이나, 어른들끼리 공유하는 지침서가 있을 경우가 있다. 개그콘서트의 박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다 개소리고, 시 속 표현을 따르자면 집돼지만도 못한 소리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피아노를 신성시한다. 피아노가 지닌 이미지들. 순백, 클래식, 귀족, 예술, 세련, 아름다움, 고귀함. 그러나 세상에 물들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피아노가 집돼지처럼 다루는 것일 수 있다. 누구에게? 피아노에 대한 편견이나 학습된 욕망이 없는 어린이에게! 어린이란 똑똑한 어른들 눈으로 보기에 멍청해서 아름다운 생물이다. 멍청하게 놔둬야 한다.

/ 김원국(시인․국문과 05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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