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의식과 문화를 대표하는 학보의 성장을 지켜 보면서, 변화의 한 가운데 위치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어딘가 공통점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학교는 역사가 짧은 지방대학으로서 중앙의 유수한 대학들을 상대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며, 그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느덧 무시 못할 지방의 종합대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의 열강의 틈바귀에서 아니 미국이나 유럽의 압력을 받아 가면서 비록 작지만 독립된 근대국가로서의 명맥을 보전하느라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금의 금융위기는 국제관계가 역시 험악한 황야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 나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냉철한 현실감각이 있어야 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학교는 통일 한국의 의식과 문화를 그 어느 대학보다 첨예하게 대표하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오직 목전의 실용성만 추구한 대학도 아니고, 어느 한 종파나 이데올로기에 몸을 담은 대학도 아니었다. 이 점을 한림학보는 잘 인식해 그의 작은 역사를 구현하고자 했다. 한국은 지금 사면초가의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눈을 높게 뜨고, 우리의 장구한 민족사를 되새겨 봐야 하며, 우리가 위대한 통일을 성취함으로써 세계의 긴장을 해소시키고 고유한 문화로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위상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와 쾌락문명이 한림인을 기능인으로 만들도록 시련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세계화와 국제화의 물결이 우리를 언어도 고향도 없는 떠돌이로 공중분해 시켜버릴 수 있는 위협에서, 방향감각 잃은 나라로 전락해 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모습에 해당될 수도 있다. 한림학보가 한림인 의식의 구심점이요, 문화의 용광로가 될 수 있듯이, 오늘날 살아 있는 대학은 한국의 희망이요, 저력으로, 소진될 수 없는 용기를 사회에 불어 넣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광엽·제7대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