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인권차원 재해석… 운동 통해 인정받아야
토론회, 각 인권운동단체 실무자 모여 동성애 인권운동에 대해 논의

  지난 8일 한양대학교에서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이하 대동인), 「인권운동사랑방」, 국민대학교 총여학생회, 서울시립대학교 언론협의회의 공동주최로 ‘동성애, 비정상인갗라는 주제의 동성애자 인권토론회가 열렸다. 약 2백4십여명의 청중이 회의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번 토론회는 동성애문제에 대한 기존의 학술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동성애자들의 인권침해 현실과 향후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대해 인권운동단체들이 논의했다는 데서 관심을 모았다. 대동인 최이연 후원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대동인 양지용 대표,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총무, 국민대 정소연 부총여학생회장, 자유기고가 김정현씨 등 4명의 주제발표와 청중질의 순으로 진행됐다. 대동인 대표 양지용군은 현시기 한국 동성애자의 인권상황에 대해 “동성애 억압은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넘어 문화부문에서의 탄압, 에이즈를 빌미로한 탄압, 동성애자 업소에 대한 불법단속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전반적으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의 시각에서 본 동성애’라는 주제를 발표한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씨는 “동성애는 사회질병적 성격장애가 아닌 성적지향의 한 형태이므로, 이는 제3세대 인권개념 중 ‘다를 수 있는 권리’에 의해 보장받아야 한다”며 동성애를 인권의 차원에서 인식해 동성애자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함을 주장했다. 또한 최씨는 한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갖는 의미에 대해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양심수, 정치범 인권운동에만 한정된 현재 한국인권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권운동의 개념을 넓히는, 새로운 인권운동의 한 형태”라며 “동성애자들은 ‘인권’을 최소공약수로 하는 여성, 노동 등 다른 인권단체들과 연대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기고가 김정현씨는 ‘동성애자, 해방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김씨는 이번 토론회에서 동성애 문제의 원인을 자본에 의한 노동자 억압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라고 발표해 청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김씨는 동성애 운동의 온건한 운동성향, 게이·레즈비언운동간의 분리주의적 경향, 동성애자들간의 계급의식 존재 등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민대 부총여학생회장 정소연양은 동성애자 해방운동과 여성운동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정양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 이분법 논리는 여성은 물론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해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규정, 억압하는 것”이라며 “절대 소수에 불과한 동성애자와 여성이 ‘성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공통분모로 연대해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개인적 차이로만 인식해 성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포기했던 동성애를 인권의 차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실현할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동성애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신들의 의사를 유효화시킬 영향력있는 정치기구의 조직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이러한 것이 수반될 때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윤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