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 대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필요
전체 조사가구 중 56.9%의 가정 취업자 없어

  IMF가 지나간 후, 우리 사회의 빈부의 격차가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20대 80의 사회가 되어간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저소득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 양분화를 막아내고, 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계속해서 발표해왔다. 특히 2000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이러한 위기의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들어서면 이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저소득의 기준은 무엇인가? 국가가 지정한 저소득층은 우리 사회 저소득층을 제대로 포괄하고 있는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저소득층의 욕구는 무엇인가? 민간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등등.

  춘천 나눔의집·새희망쉼터는 실직노숙자 보호사업으로 시작하여, 보다 예방적인 지역차원사회적안전망 구축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복지운동단체이며, ① 지역차원의 민간사회안전망 구축과 ②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활사업을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난 2000년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진행하였다.

  이번 조사는 나눔의집·새희망쉼터의 주된 활동지역인 춘천 도심지역(약사명동, 소양동, 근화동, 효자1동)의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거택보호대상자를 제외한 생활보호대상자, 한시생활보호대상자 및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에서 진행한 민간차원 결연사업 대상자) 66가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방식은 설문지를 매개로 면접조사와 우편조사를 병행하였다.

▲ 저소득층의 가구구성과 취업실태는 어떠한가?

  본 조사에서는 가구에서 실질적인 가구주 역할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2%의 가구주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편이 실업상태이고, 부인이 취업상태라도 남편을 가구주로 간주한 결과이므로 실제로는 절반이상이 여성에 의해 소득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총가구원의 숫자는 평균 3.2명이고, 경제활동인구는 평균 1.53명, 비경제활동인구는 평균 1.67명이었다. 경제활동인구중 취업자는 0.45명, 실업자는 0.81명, 기타(전업주부, 공공근로 등)는 0.27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구원중 취업자가 전혀없는 가구가 전체 조사가구의 56.9%를 차지함으로서 저소득층 가구들이 심각한 실업상태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저소득층 가구는 어떠한 문제에 직면해있고, 어떠한 도움이 필요하며, 어떻게 지원을 조달하고 있는가?

  조사결과 저소득층 가구들이 당면한 문제는 경제적 궁핍>건강>교육=실직 등이었다.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원으로는 경제적 지원>생필품보조>학자금>자녀양육>가정상담>탁아탁노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제도적인 지원보다는 직접적인 지원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가정문제해결에 대한 지원조달방식에서도 나타나는데, 가정자체에서 해결>친지,이웃>해결못함>행정>종교>민간으로 답변이 나타나면서 저소득층 가구들이 가정문제해결에 대해 제도적인 복지에 의존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지원이 있다면 가정에서 자체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언제부터 어려워졌으며, 어려워진 원인은 무엇인가?

  대상자들은 특정사건이후>IMF이후=최근 몇 년>10-20년전부터>윗세대 이전부터라고 답변을 함으로서 대부분은 당대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려워진 원인으로는 건강>일자리없음=IMF>가장의 부재>특정사고>능력부족>노력부족으로 답변을 함으로서 경제적 빈곤의 원인을 외적인 요인에서 발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정사고로는 교통사고와 식구의 죽음이 빈번히 꼽혔다. 그러나 54.7%의 가구가 앞으로의 생활이 향상되리라 기대하고 있고, 생활향상을 위해 정부보호>일자리제공>주택보조>학자금보조>자금융자>의료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기대하는 소득은 평균 87.54만원이었으며, 새로이 받고 싶은 교육으로 컴퓨터 교육이 압도적이었다. 이외에도 사회복지제도가 발전하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에 대해서 가정보다 중앙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확장되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이 사회복지를 수혜에서 권리로 인식해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판단되며, 이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정신에 입각하여 저소득층의 문제가 2등국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전체가 협력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엄형식(춘천 나눔의 집, 새희망 쉼터) < BR>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