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의 저자 신영복씨의 글씨가 거실에 걸려 있는 집. 이곳은 「민중내무반」(이하 민내반)이다. 지난 97년 10월 두명의 사학과 학생에 의해 구상된 이 집은 단순히 자취방이 아닌, 하나의 쉼터이다. 군대에서 전역한 복학생에서부터 휴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와서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이곳의 ‘민중내무반’이란 이름은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다’라는 사학과 표제와 모인 가족이 모두 예비역, 복학생이라는 데에서 착안돼 자연스럽게 지어졌다고 한다.

  이 집 식구들이 쓰는 군대 용어를 통해, 이 집을 방문하는 이는 자연스럽게 ‘이 집은 작은 내무반’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제 1분대, 제 2분대, … 등이 쓰여지고, 집 식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보다 후임병을 생각하는 고참의 심정이라고 토로하는 그들의 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느 자취방과 달리 가정집의 푸근함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식사당번, 청소당번 등의 역할이 나눠져 있을 뿐만 아니라 ‘금연’, ‘금주’등 집안 규율까지 있다. 또한 한달에 한번 총회가 있어 생활비에 대한 보고에서부터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서로에게 말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점들을 토론을 통해 개선하고 보완해 나간다. 물론 서로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의 일처럼 같이 고민해 주기도 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생활은 단지 민내반 사람들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생활은 자연스럽게 사학과라는 좀 더 넓은 공간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래서 이 집 식구들과 이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같이 쓰는 날적이를 좀더 흐뭇하게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다. 따라서 민내반 사업에는 날적이 공로상도 있다. 올해로 민내반이 생긴지 3년째, 그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물어보자 누가 뭐라고 얘기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이야기 보따리가 있었다. 민내반의 빈대들 이야기, “저 집은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살아”- 이 얘기는 민내반에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다 - 라는 소문 등 살과 살이 부딪히면서 쌓은 시간들 속에 그들은 ‘믿음’이란 큰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가 크는데 애정 어린 관계만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이 쏟아 부은 애정은 이들의 관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사랑 속에서 ‘가족’을 형성 할 수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식을 책임져 주시는 대풍쌀상회/ 간식을 챙겨다 주시는 IMF/ 문화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영스타비디오/ 삶의 에너지를 충족시키는 B혹성 612 .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믿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는 그들이 가족임을 충분하게 보여준다. 춘천을 매개로 새로운 고향과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생활속에 가족의따스함을 다시 한번 더 느껴본다.

/ 소옥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