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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유언] 교육부의 실험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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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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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1학년 때는 내신으로만 뽑는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수능성적 등급제를 쓴다니, 학생들은 수능도 잘 봐야하고, 특기·적성도 길러야 하고, 학생부 성적도 올려놔야 하고, 논술·면접 대비도 해야 하고, 너무나 많은 걸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

  이는 고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가 갑작스런 수능등급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한말이다. 지난 19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9등급제도 및 소수정총점 폐지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이 제도가 2002학년도에 반영될 경우 긍정적인 면은 소수점과 총점이 없어져 수능 활용도가 줄어드는 대신 학생부와 면접점수, 특기사항 등의 반영비중이 확대됨으로써 수학능력시험에 있어서는 학생의 어깨가 가벼워진다는 점과 암기위주의 창의성과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점, 사교육비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면을 예상해보면 수능성적의 변별력이 거의 없어져 전국의 석차도 알 수 없어짐에 따라 대학은 수능 이외에 학생들을 평가할 다른 기준을 마련해야 하므로 입시업무 과중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런 정책변화는 고교진학지도에서도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이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생들 입장만 보더라도 특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 좋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고득점을 얻더라도 성적이 낮은 학생과 등급이 같아지게 돼 변별력이 될 분야를 더 해야 하므로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위의 대립된 내용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부 당국의 갈팡질팡한 교육정책이다. 사실 교육부에서는 지난 98년 ‘무시험 전형’이라는 2002학년도 전형의 토대를 제시했다. 그로 인해 이번에는 뭔가 바뀌겠다는 기대를 학부모와 학생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기대는 무너졌다. 2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에서 ‘무시험 전형’에서 시험을 전제로 한 수능등급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변화무쌍함을 보면 하루살이의 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는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그에서 무시험 전형으로 제도의 기본바탕을 10년을 거르기 무섭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왔다. 이러한 모습은 고등학교 교육현장을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뜨린다.

  또다시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대안을 모색할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실험하는 실험쥐들이 아니다. 이제는 교육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도를 검토,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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