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학생법정 위원회」(이하 학생법정)는 ‘다시 시작되는 여성의 역사 : 뿌리, 다시 시작하는 움’이라는 주제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 이화여대 소극장에서 열린 이 세미나는 「한국정신대 대책문제협의회」(이하 정대협) 양미강 총무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운동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러라는 주제의 이 강연에서 양총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은 일본정부의 책임불이행”이라며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한국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일본정부에게 사과를 넘어선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학생법정 회원들의 주제 발표에서는 일본의 전후 처리 논리와 천황제 문제가 발표됐다. 학생법정 최김지원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은 식민지 지배하의 한민족의 학대라는 점과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이분해 사고한 남성의 성욕 처리 대상화라는 점에서 복합적이다. 또한 당시 동원된 여성들 대부분이 가난한 농민 계층의 여성이었던 점에서 계급적 차원의 문제도 중첩돼 있다”고 말했다.

  최김지원양은 “과거 히로히토의 면책은 천황과 공범의식을 공유하고 있던 일본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면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주체적인 전쟁책임의식의 형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며 “일본의 전쟁에 대한 원폭체험이 피해자 의식을 지니게 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수연양은 식민 시기의 이슈인 동시에 현재의 이슈이기도 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상적인 아내·어머니로서 한국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주변적인 위치에 자리할 수 밖에 없었다”며 “6, 70년대 개발 위주 독재정치 시대의 급격한 자본주의화 속에서의 계급분리 또한 이들이 현재까지도 가장 최하층의 생활 조건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담론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민족 담론 내에서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머무르게 해 지속적으로 이들의 존재를 부인하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조권 상실, 부권 상실이라는 가부장적 사고에서 양국의 법적 문제가 아닌 남성들간의 도덕성 논의로 문제를 전환한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폭로문제를 강조하며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이어 주최측은 사회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을 읽어보기 위해 영상물 『꽃파는 할머니』 를 상영했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아메리칸 타운 내 여성의 삶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고 소외당하는 그들을 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었다.

  일본정부에게 사과 수준만 요구하고 ‘배상은 먼저 제기하지 않는다’는 정부당국의 방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그대로 묻어버리고자 하는 생각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한일 양국 국민에게 보내는 김대중대통령의 신년메세지에서 한일간의 과거사는 말끔히 청산됐다는 말로 표현됐다.

  하지만 문제해결과 역사청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동티모르, 코소보 등 무력갈등 아래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현재 우리들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전쟁으로 짓밟힌 여성인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인권교육과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며 일본정부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물질적인 배상이 시급하다.

/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