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짧은 소매의 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졌다. 특히 아침저녁으로는 카디건이나 바람막이를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 이런 날씨면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뜨끈한 국물이 있는 손칼국수가 생각나곤 한다. 밀가루를 반죽해 넓게 펴 칼로 잘라 국수를 만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칼국수’는 과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멸치, 호박 등의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육수에 면을 끓여 먹던 서민 음식이다. 김치를 넣고 만든 ‘김치칼국수’, 감자를 넣은 ‘감자칼국수’, 각종 해산물을 넣고 끓이는 ‘해물칼국수’ 등 칼국수는 육수를 무엇으로 내는지 부재료로 무엇을 쓰는지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 이번 주는 낙지, 바지락,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고 만들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해물 칼국수’를 소개한다.

담백함…시원함!

팔호광장에서 퇴계동으로 넘어가기 바로 전 효자동 끝자락에 해물 칼국수로 유명한 ‘보영이네 칼국수’를 볼 수 있다. 대로변에 위치한 음식점은 소문난 맛집답게 본점에 별관 까지 운영 중이였으며, 두 곳 모두 많은 손님이 있었다.

저녁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도착한 본관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렵게 자리를 잡고 칼국수를 주문한 후 주변을 둘러보자 가족단위로 앉아있는 테이블이 많았다. 주문하고 5분정도 지나자 아주머니가 들고 온 냄비에는 낙지, 홍합, 바지락, 꽃게, 주꾸미 등 푸짐한 해산물과 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당히 끓인 칼국수의 국물은 해산물의 맛이 깊이 녹아져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국수를 먹으며 까먹는 조개는 껍데기를 담을 그릇이 부족할 정도로 양이 많고 신선했다. 또한 식당에서 직접 반죽해 만든 면은 오래 끓여도 쫄깃함을 유지했다. 맛도 맛이지만 4명이 4인분을 주문해 거의 1인분이 남을  만큼 양도 푸짐했다.

맛 속의 맛

칼국수에 들어있는 많은 종류의 해산물 하나하나를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살이 가득 찬 꽃게, 잘게 잘라놓은 낙지와 주꾸미, 살이 통통하게 찬 홍합과 바지락 그리고 김치만두. 나열하기도 종류가 많아 힘들 정도다. 보이는 면을 다 먹고 더 이상 먹을 것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국물 속에 숨어 있는 해산물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찰 정도다. 또한 마지막으로 국물을 넣고 볶아주는 밥은 밀가루로 가득 찬 배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게 도와준다.

‘보영이네 칼국수’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많은 블로그에 포스팅 된 글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정보만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곳을 다녀 온 후 맛집과 관련된 글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지금껏 춘천에서 다녀본 칼국수집 중 단연 으뜸이라 말할 수 있다. 추운 바람이 불고 국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있는 이곳에서 가 저녁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