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점멸하는 주홍불빛 앞에
갈 곳을 잃은 발자국들이
묵직한 안개 속에 묻힌다.

길을 따라 사라져버린 나의 다리는
소리 없이 잊혀져버린 낡은 흔적.
차갑게 내리는 백색에 쌓인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길 앞에서
묵직한 안개 속에 묻힌다.

점멸하는 길에 서 있는 것은
주인 잃은 발자국들.
사라진 다리는 묵묵히 대답 없다.

주홍빛 발자국들은
어디를 향해 가야하나
쌓이는 백색은 작은 소리로 묻는다.

시린 백색에 떨고 있는 너는
어떤 길을 묻느냐
이 곳에는 백색뿐이거늘.

아.
어렵게 내지른 작은 탄성이
뜨겁게 안개를 녹인다.

/ 김정인(철학 3년)

인터뷰

■ 시를 쓰게 된 동기
  처음에 같은 과 동기에게 한림문학상에 대해 듣게 됐습니다. 그 친구가 한 번 참가해 보라는 권유에 공모하게 됐습니다. 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시를 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열심히 썼습니다.

■ 평소 시를 즐겨 쓰시나요?
  아니요.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읽어보기만 했지 직접 써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시 소재를 어디서 찾았나요?
  친구와 카페에 가서 시의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창밖으로 신호등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눈이 내린 새벽, 도로에 나가봤는데 황색 신호등이 깜빡거렸고 도로 위는 눈으로 덮여 있는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전 도로 위로 올라가 신호등을 봤습니다. 빨간색 일 때는 멈추고 초록색 일 때는 가는 것이 정해져 있지만 황색은 스스로 갈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아! 이 신호등을 소재로 해 시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실천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 작품 속 숨겨둔 메시지가 있다면?
  숨겼다기 보다는 그냥 제 느낌을 있는 그대로 썼을 뿐입니다. 읽는 사람 개개인이 각자의 느낌이 있듯이 저 또한 저만의 느낌을 시에 담아봤습니다.

■ 작품을 쓸 때 가장 힘들었던 점?
  처음 써보는 시라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 잘 몰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를 쓰는 순간순간이 저에겐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 작품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이틀 동안 친구와 함께 아침 일찍 카페로 가 시를 썼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배고픈 아침에 먹었던 카페에서의 브런치. 브런치가 맛있었습니다.

■수상소감?
  처음 쓴 시인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수상하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 문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