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 2학기(10월1일 기준) 전국 1백61개 대학의 재적생은 1백63만1천1백11명으로 이중 31.6%인 52만7천3백16명이 휴학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IMF 당시 군입대 휴학이 갑자기 많아졌을 때보다 무려 10만 여명이나 많은 숫자로, 현재 전국 대학생 3명중 한명이 휴학 중인 셈이다.

  이렇게 올 2학기 대학의 휴학생 수가 사상 최다를 보이는 것은 졸업한 뒤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 전망이 불투명한데 그 원인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어학연수를 가거나, 자격증 따기에 나서거나, 남학생의 경우 등록금부담 때문에 군복무를 앞당긴다. 하지만 이밖에 ‘전공과목을 좀더 공부해보고 싶어서’라든지 ‘사회 경험을 먼저 해보고 싶어서’혹은‘잠시 쉬고 싶어서’등 여러 가지 이유로 휴학중이거나 휴학을 하려는 이들도 많다.

  우리학교 2학년 ㅇ양은 전공공부를 하는데 있어 영어 실력이 부족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학기엔 휴학을 해서 영어공부에만 신경을 쓰고 싶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영어 또는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3학년 휴학생 ㅈ군의 경우는 졸업하기 전 미리 사회를 경험하고 싶어서 휴학을 선택한 경우이다. 그는 먼저 인터넷으로 구인광고를 알아보고 몇군데 면접을 봤는데, 그 결과 지금 그는 벤처회사에서 컴퓨터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정식 직원과 거의 다름없이 일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똑같이 주어졌지만, 휴학생이기 때문에 보수나 대우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학교로 돌아가서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돼 기쁘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휴학을 하려는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기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자기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이렇듯 미리 사회에 나가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기 위해 또는 학교생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싶어서 휴학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2학년 ㄱ양의 경우 “학교를 다닌지 2년이 다 되가는데 지금 내가 이곳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음학기엔 좀 쉬면서 편입공부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녀는 집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것도 힘들고 학교생활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지금 내가 왜 학교를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학년 때는 친구들과 선배들이 좋아서 단지 학교 생활이 즐거웠는데, 요즈음에는 레포트와 시험에 치여사는것 같아 지금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휴학하는가 하면 전공 외 관심있는 일을 해보기 위해 휴학을 하는 등 그 이유가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불과 몇년전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반면 요즈음에는 개인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또는 다른 세계를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을 정규과정 4년안에 꼭 마쳐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여학생의 경우 입학하고 4년이 지나면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요즈음에는 곳곳에서 고학번 여선배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실제로 동기들 중에 휴학을 하는 여학우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학생의 경우도 단순히 군입대를 위한 휴학보다 사회로 나가기 전에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듯 최근 ‘자신의 계발을 위해서’또는 ‘잠시 쉬고 싶어서’등 다양한 목적과 뜻을 가지고 휴학을 선택하는 이들을 많다. 이제 휴학은 잠시 학교를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또 다른 자기구축을 위한 선택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학생들은 한결같이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하지 마라”고 말한다. 단지 ‘쉬고 싶어서’ 선택한 휴학은 어떠한 만족도 얻지 못하고 시간과 돈만을 허비해‘뼈를 깎는 후회’만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학’이란 수단을 사용하기에 앞서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이는 단순히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장식된 도피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 소옥임 기자 naive523@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