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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문학상] 대중문화 비평 가작모성(母性), 무능한 공권력에 낫을 들다_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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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개그프로그램의 ‘두분토론’ 코너가 인기몰이 중이다. ‘남자는 하늘’의 앞글자를 딴 ‘남하당’ 의원과 ‘여자가 당당해야 한다’는 ‘여당당’ 의원이 개그를 가미한 논쟁을 벌이는데, 남하당 의원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참 기똥차다. 여자는 그저 집에서 소나 키워야 한다며 가부장적 사고의 정점을 찍는 대사들을 쉴 새 없이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시장은 바야흐로 ‘엄마’의 시대다. 집에서 얌전히 소를 키우는 대신 자식을 위해 엄마들이 나섰다. 예컨대, 아들이 살인범으로 지목 당하자 직접 증거를 찾아나서는 <마더>, 성폭행 당한 뒤 쓰레기장에 암매장 당한 딸을 위해 행해지는 <오로라 공주>의 복수, <세븐 데이즈> 동안 자식을 죽인 범인의 화형식을 준비하는 엄마들이 그러하다. 세 편의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살인, 특히 ‘모성에 의한 살인’을 영화의 소재로 다뤘다는 점이다. 최근 상당수의 한국 영화가 ‘엄마’에 의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지면에서 살펴 볼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 역시 자식의 죽음에 대한 어머니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
<김복남>은 한 여자가 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두 남자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던 여자는 해원의 묵인으로 인해 남자들에게 살해당한다. 경찰에서는 증언 확보를 위해 연락을 취하지만 해원은 끝내 그들이 범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의 물음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해원은 왜 피해자 가족의 울부짖음을 보면서도 그들이 범인임을 밝혀주지 않았는가?
해원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이다. 여러 가지 일로 원치 않는 휴가 길에 오른 해원은 오랜만에 고향 ‘무도’를 찾는다. 고향 친구 복남이 수시로 보내오던 편지는 뜯어보지 않았지만 그저 겸사겸사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복남의 배려로 편안한 휴가를 즐기며 서울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에게 어느 날 부터인가 복남의 섬 생활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 만종에게 시도 때도 없이 학대당하고,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동생 철종에게 강간까지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복남의 시고모를 비롯한 섬사람 모두 만종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원 역시도 자신과 딸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복남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무도에서 복남은 도시로 탈출한 고향친구 해원을 동경하며, 하나뿐인 딸 연희를 바라보며 매일을 버텨갈 뿐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관객은 무도로 휴가 간 해원의 시선을 통해 비인간적인 삶을 사는 복남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원시적 가부장 사회 - ‘무도’
현대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복남의 삶은 ‘무도’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뭍’에 나가려면 하루에 한두 번쯤 들어오는 배를 타고 한참을 가야하고,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 수단인 전화는 섬에 단 한 대 뿐이다. 무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반적 사회와는 동떨어진,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도에는 그들만의 질서와 규칙이 존재한다. “법은 사람이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시고모의 말처럼 그들은 이방인의 개입을 철저하게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만의 질서가 ‘토템이 존재하는, 즉 원시적 가부장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씨족사회’에 기인한다는 데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종교의 기원은 토템과 터부다. 프로이트 이론의 기저에는 삼각 구도(오이디푸스 구조)가 깔려있는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삼각형에는 남근을 가진 주체와 아버지(타자), 그리고 어머니(욕망의 대상)가 존재한다. 주체는 아버지의 소유인 어머니를 욕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탐해서는 안 될 것을 욕망했다는 ‘죄의식’과 아버지가 자신을 벌할 것이라는 두려움, 요컨대, ‘거세 콤플렉스’를 갖는다. 아버지(타자) 또한 주체가 자신을 제거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체와 아버지는 경쟁 관계다. 프로이트는 주체가 타자를 인식하기 전 단계를 무의식이 지배하는 ‘전 오이디푸스 단계’로 보고, 거세 콤플렉스를 느끼고 ‘사회화’된 후의 단계를 ‘오이디푸스 단계’로 본다. 토템과 터부는 과거 원시 부족 사회에서 생겨난 것으로 오이디푸스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부족민들은 삼각형의 주체 자리에 놓이고, 막강한 힘을 지닌 족장은 아버지의 자리에 위치한다. 족장은 부족민들 중 누군가 족장의 자리에 오를 것을 우려하며 두려워한다. 그래서 절대적 복종을 위해 ‘토템’을 만들고 숭배하도록 하며, 동시에 토템을 숭배하지 않을 경우 내려지는 천벌, ‘터부’를 만들어낸다. 토템은 원시 가부장 사회에서 도전해서도, 제거해서도 안 되는 신(神)적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도에서 그 토템화 된 가부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복남의 남편인 만종이다. 무도는 남자가 귀한 섬이다. 풍랑으로 대부분의 섬 남자들이 죽고 나자 섬에는 만종․철종 형제만 남는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철종을 제외하면 섬의 할머니들이 의지할 수 있는 남자는 만종뿐이다. 섬사람들은 무도의 질서와 씨족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토템으로 상징되는 만종을 숭배한다. 무도에서 만종은 복남을 학대하고, 다른 여자를 탐해도 용서될 수 있는 맹목적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장철수 감독은 만종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인물들을 타자(他者)의 자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복남이 갈구하는 욕망의 대상과 상실
이 철저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인 복남이 할 수 있는 반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때리면 맞고, 겁탈하면 당하고, 묵묵히 일 할 뿐이다. 그러나 복남에게도 욕망은 존재한다. 딸과 함께 무도를 탈출하여 서울로 가는 것이다. 복남에게 서울은 철저한 오이디푸스 사회로부터 탈출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다. 그러나 남성 중심적 질서가 지배하는 섬에 살고 있는 복남은 그 체제에 저항하지 못한다. 서울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 하고 마는 것이다. 친구 해원에게 보낸 편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배를 타려다 만종에게 잡혀 맞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포기한 듯 살던 복남이 전보다 철저하게 탈출을 계획한 것은 딸 연희 때문이었다. 만종은 연희와 자주 밤낚시를 다녀오곤 했는데 광주리는 늘 비어있었다. 그러던 중 복남이 연희의 속옷을 빨다가 둘의 비정상적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가 말했듯 ‘실제 친족 간 성학대 피해아동은 학대에 적응하여 유혹적으로 행동하거나, 가해자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가해자를 보호하거나 충절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복남>의 연희 역시 위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데 ‘아부지에게 사랑 받기 위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화장을 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사건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연희를 위해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 잡힌 복남은 만종에게 얻어 맞는데 이를 보던 딸이 만종의 허벅지를 문 것이다. 뿌리치는 만종에 의해 연희는 그만 돌에 머리를 찧어 죽는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연희를 붙들고 복남은 오열하지만 만종은 그저 ‘된장 바르면 다 낫는다’며 윽박지른다. 섬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경찰이 출동하기는 했는데, 그 경찰은 만종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사이다. 복남은 출동한 서 경사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사건은 ‘복남 때문에 일어난 사고사‘로 정리되고, 경사는 돈 봉투와 먹을거리를 잔뜩 안고 서울로 돌아간다. 복남에게 딸의 죽음은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trauma)며 상처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만종과 철종 또한 슬픈 기색 하나 없이 뭍에 꿀을 팔러 나가버린다. 복남은 슬픔을 잊으려는 양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감자를 캐댄다. 그러다 문득 복남은 분노한다.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던 억압된 욕망과 원초적 폭력이 딸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깨어난 것이다. 복남이 감자를 캐다가 남성을 상징하는 태양을 노려보는 장면은 앞으로 무도에 벌어질 잔혹한 복수극을 짐작케 한다.
모성, 무능한 공권력에 낫을 들다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켠 복남은 남근을 상징하는 ‘낫’을 든다. 인위적으로 남근을 상징하는 무기를 듦으로써 온전한 의미의 주체가 된 것이다. 춤추며 노래 부르던 할머니들을 향해 복남은 ‘한참 태양을 째려봤더니 태양이 말을 걸대유. 참으면 병 된대유’라고 덤덤히 말하며 낫을 휘두른다. 복남의 처벌은 영화의 중반부터 시작되는데 슬래셔(Slasher), 고어(Gore) 무비라는 명성에 걸맞게 끔찍하다. 목에 낫이 꽂힌 상태에서 피를 분수처럼 내뿜는 할머니는 곱게 돌아가신 축에 속한다. 철종의 잘린 머리는 나무 위에서 피를 똑 똑 흘리고, 절벽에서 떨어진 시고모의 피로 온 바위가 물든다. 잊혀 지지 않을 장면은 만종을 살해하는 장면인데 비위가 약한 사람은 차마 실눈으로도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칼에 찔리고 낫에 찢겨 내장이 튀길 때까지 눈을 깜빡이는 만종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복수를 단지 ‘슬래셔 무비니까‘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복남은 철저하게 가부장적 질서에 지배당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행한 피 튀기는 복수는 ’모성‘으로 풀어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사회화 된 이성적 단계를 오이디푸스 단계로, 비(非)이성적 상태를 전(前)오이디푸스 단계로 보았다. 인간은 사회화 된 동물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오이디푸스 단계를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아버지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질서에서 복남은 질서를 깨뜨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발현되지 않아야 할 전(前)오이디푸스 단계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폭력적이 되거나 비천해지는 경우, 요컨대, 모성애가 발현되었을 경우다. 무도 내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질서’를 위협하는 ‘모성의 복수’가 더욱 공포스러운 까닭은 질서 안에서 무질서가 발현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억압된 욕망에 의해 원초적 폭력성을 띄고 있는 ‘모성의 낫질’은 그래서 무자비하고, 잔인하다. 감지나 예측이 어려운 ‘원초적’ 모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한 괴기스러움과 공포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복남의 복수는 여기서 끝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만종, 철종, 마을 사람들과 시고모 모두를 이미 처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남에게는 처단할 대상이 더 남아 있었다. 바로 ‘무능한 공권력‘을 상징하는 섬 출신의 경찰과 진실을 묵인한 친구 해원이다. 그래서 복남은 섬을 빠져나와 그토록 염원하던 뭍으로 향한다.
원시 모성 간의 박탈된 유대
복남의 낫질에 딸의 죽음을 묵인했던 섬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복남의 친구 해원만 무사히 섬을 탈출하여 서 경사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러나 뒤따라 온 복남에 의해 서 경사마저 눈 앞에서 죽고, 이어 자신을 죽이려는 복남을 향해 해원은 ‘나한테 왜 이러냐’며 절규한다. 그런 해원을 향해 복남은 ‘넌 너무 불친절혀…….’라고 답한다.
혹자는 복남과 해원의 관계를 동성애적 관계로 풀어내며, 그 근거를 둘의 어린 시절에서 찾는다. 그 중 황진미씨는 씨네21에서 둘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해원의 침이 묻은 피리를 복남이 불고, 더럽지 않다는 복남의 뺨에 해원이 입을 맞춘다. 그때 소년들이 다가와 해원의 치마를 들추려 하자, 복남이 막아선다. 해원은 도망가고, 피리가 부러지고 복남이 쓰러진다. 이 장면은 이후 복남과 해원의 관계에 대한 축약이자 이후 삶에 대한 복선이다. 복남이 해원에게 품는 감정은 동성애다.” 그러나 <델마와 루이스>의 그녀들이 그랬듯 둘의 관계를 그저 동성애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동성애의 결정적 증거라고 하기에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어린 복남이 해원을 지켜주고 어린 만종, 철종 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듯한 장면은 오히려 복남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던 분노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하다.
복남과 해원의 관계는 그래서 동성애보다는 원시 모성의 유대감에 가깝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옛날 우리 사회는 모계 사회였다. 당시 공동체 사회는 ‘정조’와 같은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기 이전으로 본능에 가까운 번식을 행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모계 중심으로 자식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농경 사회로 접어들며 질서가 생기고 이때부터 부계 사회가 형성되었다. 앞서 말한 ‘유대’란 여성 본능에 자리하고 있는 원시적 모성 간의 유대인 것이다. 그런데 해원이 원시 모성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유대를 깬 것이다. 복남의 딸 연희가 죽을 때 해원은 언덕 위에서 모든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영화의 처음에서 그랬든 서 경사가 목격자 진술을 요청했을 때 해원은 진실을 부인했다. 친구인 복남의 딸, 연희의 죽음을 묵인함으로써 원시 공동체 사회로부터 내려온 원시 모성의 유대감조차 깨뜨린 것이다.
사적처벌의 완료와 복남의 죽음
영화의 결말은 복남의 죽음으로 장식된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해원 뿐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해원은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간다. 영화의 시작에서 등장한 살인범들을 지목하며 “이 사람들이 죽였어요.”하고 증언하기 위해서다. 해원이 처음부터 증인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은 공권력의 무능함 때문이었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공적 처벌의 힘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공권력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능하고 비리에 찌든 공권력은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영화들이 ‘사적 처벌’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적처벌은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행하는 개인적 복수다. 특히 ‘엄마’를 내세운 사적 처벌은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전오이디푸스 단계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강도가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복남이 사적처벌을 택한 것도 오이디푸스 질서가 사건을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김복남의 죽음은 관객에게 안타까움을 남긴다. 단순히 그녀가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남의 죽음은 그녀가 무도를 빠져나왔을 때 이루어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폐쇄적 공간에서 복남은 오이디푸스 질서를 베는데 성공했지만 ‘뭍’으로 대변되는 현실에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무도에서 행했던 복남의 복수는 정당해보였다. 학대받았던 시절에 대한, 딸의 죽음에 대한,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처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복남이 뭍에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한 것은 관객이 느꼈던 동조와 쾌감을 사그라뜨린다. 오이디푸스 질서 내에서 결국 김복남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굳이 보여주는 듯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복수‘다. 어머니의 사적 처벌이 완료된 후에도 감독은 마지막까지 무능한 공권력의 실태를 고발한다. 해원의 증언 후 거리의 살인범들은 해원의 목을 조르지만 경찰의 대응은 늦기만하다. 해원이 뒤늦게 증인으로 나선 것은 결코 공권력을 믿어서가 아니다. 사적처벌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 복남의 모성을 보며 개인적으로 용기를 냈을 뿐이다. 우리는 사회화 된 인간이므로 아버지의 질서인 오이디푸스 단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질서 내에 존재하는 공권력이 진정한 힘을 발현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사적 처벌을 조망하는 영화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 손자연(국어국문 11년 졸업)
인터뷰
■ 시를 쓰게 된 동기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집어든 한림학보에서 한림문학상 광고를 보았습니다. 전에는 없던 평론 부문이 추가되어 있더군요. 마침 영화 한 편에 대한 평론을 쓰던 중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물론 국문학도로서 시나 소설 부문에 공모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마지막 기회인만큼 평소 주된 관심사였던 평론 부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 평소 글을 즐겨 쓰시나요?
제 글쓰기는 주로 동기에 의해 시작됩니다. 감정을 지면으로 남기고 싶을 때,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이나 영화를 봤을 때. 그러나 가장 큰 동기는 역시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제게 언제나 동기부여를 해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평론의 소재를 어디서 찾았나요?
평론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사진이 될 수도, 책이 될 수도, 혹은 음악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시 저는 프로이트와 라캉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오현화 교수님의 '영상문학론'을 수강 중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이론에 맞춰 분석하고 어떤 사건들을 유추해내는 과정은 마치 탐정이 벌이는 탐문수사와 같았습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모성에 의한 복수극을 그린 영화입니다. 움츠린 삶을 살고 있던 복남이 고어 무비의 걸맞는 살인을 저지른 까닭! 표면적 이유가 아닌 그 내면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작품 속 숨겨둔 메시지가 있다면?
최근 상당수의 한국 영화가 ‘모성에 의한 살인’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성폭행 당한 뒤 쓰레기장에 암매장 당한 딸을 위해 행해지는 <오로라 공주>의 복수, <세븐 데이즈> 동안 자식을 죽인 범인의 화형식을 준비하는 엄마, 죽은 딸을 위해 낫을 든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등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살인의 목적이 다름 아닌 복수에 있다는 것입니다. 왜 엄마들은 공권력에 의지하지 못하고 직접 처벌을 감행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평론 안에 담겨있습니다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능한 공권력’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어머니의 복수다’라는 것이 제가 내린 한마디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복수가 완료된 후에도 감독은 마지막까지 무능한 공권력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해원의 증언 후 거리의 살인범들은 해원의 목을 조르지만 경찰의 대응은 늦기만 다. 원이 뒤늦게 증인으로 나선 것은 결코 공권력을 믿어서가 아닌 친구 복남의 모성을 보며 개인적으로 용기를 냈을 뿐입니다.
우리는 사회화 된 인간이므로 아버지의 질서인 오이디푸스 단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질서 내에 존재하는 공권력이 진정한 힘을 발현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개인적 처벌을 조망하는 영화들은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수상소감?
졸업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족한 저를 가르쳐주신 국어국문학과 교수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한림문학상에서는 특히 국어국문학도들의 글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어국문 파이팅!
/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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