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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스물 두 살에 다시 펼쳐든 <어린왕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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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문구들이다.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1943년 작품이다. 어릴 적 <어린왕자>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어린왕자>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와 만난다. 어린왕자는 지구보다 훨씬 작은 별에서 몇 가지로 소일을 하며 지내다가 별을 떠나 여러 어른들을 만나면서 삶을 성찰하게 된다. 외로운 왕자는 이후 사막의 여우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장미꽃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어린왕자>는 참 독특한 책이다. 그렇게 어려운 단어도 없고 문장도 간결하고 매력적인 그림이 있어 읽는데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동화 같은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는 난해하고 뜻 깊은 메시지는 쉽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린왕자>는 기본으로 두 번은 읽게 되는 것 같다. 자꾸만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중 하나인 것이다. 또 다른 매력은 주인공 어린왕자에게 있다. 어린왕자는 지금까지의 동화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야수와 미녀와 같이 우리가 어릴 때 접한 동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왕자는 늘 백마를 타고 있고 자신이 소유하는 성에서 신하들의 보살핌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독자들의 마음을 뛰게 하고, 동화 속에서 공주와 사랑을 한다. 용감한 기사로서 겁 없이 적진을 향해 돌진해 승리하고 설사 마녀의 저주로 야수로 변해 고통을 겪더라도 착하고 아름다운 공주를 만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왕자는 늘 능력이 있고 강해서 큰 어려움도 없고 생활에 대한 고민자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다르다. 백마는커녕 자신을 떠받드는 신하도, 자신만의 성채도 없다. 화려한 옷 대신 수수한 차림의 머플러가 전부다. ‘권선징악’과 같은 뚜렷한 교훈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결말에서는 어린왕자의 죽음을 연상시켜 ‘해피엔딩’이라는 동화의 틀을 완전히 깨고 있다. 문장도 기존 동화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다. 이 책이 어른 동화라고 불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고민 많고 외로운 왕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작가는 동심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보다는 어른들이 현실에서 겪는 삶의 고통과 고뇌, 허무를 재현한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다. 단순히 방학 숙제로 나온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였다. 짧은 동화였지만 어린 나에게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문장들은 깊은 감상을 이끌어 주지는 못했다. 12년의 시간이 흐른 후 대학생이 되어 <어린왕자>를 다시 펼치니 그때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어렸을 때는 <어린왕자>의 속뜻까지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공감하는 부분은 많았다. 예를 들어 <어린왕자> 두 번째 페이지쯤에 나오는 그림은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이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하고 꼭 코끼리가 보이는 속 그림까지 그려줘야만 이해하는 어른들을 매우 따분하다고 말한다. 나도 어릴 때 그림일기를 항상 엄마에게 설명해 주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왜 엄마는 내 일기를 글로 적어야만 이해하는 걸까’, ‘내 그림이 이해하기 그렇게 어려운 걸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어릴 적 순수했던 감정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세상물정에 찌든, <어린왕자>에서 풍자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많이 닮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나오는 어른들은 숫자와 돈을 좋아하고, 내면보다는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한다. 숫자와 돈은 경제적인 가치를 뜻하고 겉모습만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눈으로 본질을 보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 모습은 나의 삶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어린왕자는 사랑과 연애의 이상을 이야기한다. 나도 어린왕자를 만나 사랑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어른이 되어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깨달았다. 앞으로 본질이 아닌 겉모습을 보려고 할 때마다 어린왕자를 만나 밤새워 대화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김혜민(일본․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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