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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500일의 섬머] - 남자의 첫사랑을 담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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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사랑이야기’가 아니고 단지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라고 한다. 분명 멜로영화라고 알고 봤는데, 이건 무슨 소리일까? 물음표를 머리에 띄운 채 시작되는 500일의 섬머. 영화는 특이하게 ‘날짜’별 상황을 보여준다. 숫자가 마구 움직이면서 특정 날짜에 멈추고, 그 날의 상황이 펼쳐진다.
먼저 3일 째의 이야기. 남자 주인공 톰(조셉 고든 레빗)은 운명을 믿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그날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날. 톰에게 찾아온 운명의 상대 섬머(쥬이 디샤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 후 톰은 섬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전형적인 짝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다 둘이 같이 근무하는 회사의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톰의 친구가 그가 섬머를 좋아한다고 말해버린다. 그 후 어색해진 섬머에게 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그녀가 먼저 다가온다. 그렇게 둘의 연애가 시작된다. 여기까지 보면, 영화의 앞 장면에서 나레이션이 설명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틀린 말이구나 싶었다.
섬머와 톰의 연애는 정말 유치찬란하게 그려진다. 정말 어린아이들처럼 시답지 않은 농담들을 주고받고 웃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다. 톰은 정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 한 순간 사랑의 냉전기가 찾아온다.
영화는 날짜를 끌어올려 282일 째로 이동한다. 톰과 섬머가 일전에 왔었던 가정 제품 판매점에서의 장면. 톰은 싱크대 수도꼭지를 돌리면서 “아~ 여보, 물이 안 나오는데?”라고 장난을 건다. 하지만 차갑게 돌아서는 섬머. 이내 장면이 바뀌고 34일 째로 되감기. 둘은 방금 전과 똑같은 장소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 행복해 보인다는 점. 이런 저런 장난을 치면서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않는다. 두 장면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사랑이 점차 식어 감을 보여준다.
어느 덧 영화는 중반. 장면마다 섬머의 비중은 점점 줄어만 가고, 톰의 한풀이가 이어진다. 톰은 일전엔 그녀의 미소가 좋고, 목에 있는 점은 하트모양 같고,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를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부터는 미소가 싫고, 목에 점은 바퀴벌레 같고, 노래가 싫다고 말한다. 그렇게 둘의 사랑이 끝났다.
톰은 회사도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제는 전 여자 친구가 되어버린 섬머를 만난다. 모른 척 해보려 했지만,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되는 첫 사랑과의 조우는 이 영화에서도 나온다. 그리고 다시 미련을 갖게 되는 것도.
그는 미련이 생긴다.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던, 섬머를 놓아줄 수가 없다. 영화는 화면을 ‘이상’과 ‘현실’로 나눠, 같은 장면에서 벌어지는 다른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래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내 장면을 현실로 복귀. 톰은 괴로워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남자 주인공 톰은 이런 상황들을 잊기 위해, 옛날부터 꿈 꿔온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장래희망이었던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늘 자신에게 힘을 주는 장소가 있다. 물론 일전에 애인과 함께 갔었다면, 그도 거길 알고 있을 것이다. 톰은 자신이 늘 가던 공원에서 다시 섬머를 만난다. 섬머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주며 결혼 소식을 전한다. 그렇게 영화의 제목처럼 섬머와 함께한 톰의 500일간의 연애는 제대로 결말을 맞는다.
이제 영화의 마지막. 면접을 보러온 톰은 면접대기실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왠지 끌리는 감정. 톰은 “면접 끝나고,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물어보고 여자는 처음엔 안 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내 “그래요”대답하는 여자. 톰은 그녀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그녀가 답한다. “어텀이요.(Autumn 가을)” 그렇게 새로운 1일이 시작된다.
영화는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첫눈에 반하고, 모든 것이 행복했다가 이내 헤어지고, 미련을 갖게 되고, 잊게 되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는 과정. 스토리도 참 괜찮고, 중간의 뮤지컬 씬이 백미인 영화. 멜로와 코미디가 적당히 녹아들어든 ‘500일의 섬머’를 보면서 첫사랑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되짚어보는 건 어떨까? 홍보 문구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섬머를 만났었다’
/ 길태우(언론·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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