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서평] 혁명적 여성론의 고전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2.13  19:31: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 책의 저자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실존주의의 주제들을 문학으로 옮긴 철학자 겸 작가이다. 샤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 운동의 선두에 선 그녀는 책을 통해 풍부한 감수성과 세밀한 분석력으로 여성의 문제를 고찰,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혁명적 여성론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이 출간될 당시 프랑스에서는 ‘낙태법’이 합법화되고 ‘여성의 날’이 선포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여성의 성차별을 감정적으로 주장하기 보다는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역사학, 생물학, 심리학, 철학 등을 넘나들며 지극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여성학과 관련된 주제들을 고찰했다. 현대까지도 여성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책은 총 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 ‘사실과 신화’와 2권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은 다시 3부로 나뉘어 운명, 역사, 신화를 통해 여성의 운명과 역사를 규명하면서 왜 어떻게 여성이 타자가 되었는지 분석한다. 2권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으며 각기 형성, 상황, 정당화, 해방의 제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남자의 성욕과 연관된 소유욕과 지배욕, 정복욕에 대한 주제와 여러 모습의 사랑과 결혼생활에 관련된 내용들, 나르시시즘,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의 무능과 한계를 여성의 본질이 아니라 여성이 처한 상황을 문제 삼아야한다는 주장을 다루고 있다.  

보부아르는 우선 생물학적 조건과 정신분석적 측면에서 여성들이 제목과 같이 제 1의 성이 아닌 남자에게 예속된 존재, 제 2의 성으로서 불평등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처음부터 그 기원에 대해서만 파고들고 있다. 이 책에서 여자는 남자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을 뿐 아니라 착취를 당해오고 있으며 이는 ‘남자들의 책임이다’라는 식의 근거를 생물학적인 조건에서 찾는다는 데 의문이 생겼다. 작가는 “여성은 남성의 마음속에 불안한 적의를 불러일으키는데, 남성은 이런 감정이 생기는 까닭을 생물학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의 위치와 남성의 위치를 수컷과 암컷, 정자와 난자 그리고 박테리아까지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작가의 일방적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다. 또 인용된 수많은 자료들이 방향성 없는 단순한 나열로 보여 답답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성적인 면과 관련된 내용이 '인간'에 대한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과연 어느 정도나 남자들에 의해서 착취를 당하고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가에 관한 통계자료가 있었다면 독자들로 하여금 여성을 타자로 인식하려는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그녀의 폭넓은 사고와 깊고 독창적인 사유의 흔적들은 책 읽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2권에서 “그러나 자기의 성을 거부하는 것도 자기를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 여성도 성이 있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 완전한 개인, 즉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여성이기를 거부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자기의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다”는 대목은 남자들이 여자들의 새로운 위치에 따라 그동안 익숙했던 습관을 바꿔야 하듯 여자들 역시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솟구치게 했다. 이처럼 여자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여성 스스로에 대한 비판, 그리고 명석한 통찰력은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키워질 뿐이다"고 주장하는 저자, 보부아르는 여성인권과 성차별 문제를 감정을 배제한 채 아주 대담하고 깔끔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밖에 나르시시즘(자아도취)과 관련된 내용들은 아주 흥미롭다. 작가는 주로 여성에 대해 얘기한 것들인데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조금씩은 연관되는 내용이기에 독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어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 아주 획기적인 시선으로 여성을 달리 해석했기에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여성의 개념을 깨뜨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의 근거들이 뒷받침된 작가의 주장은 결국 자연과 사회를 초월하여 남자와 여자가 동일시되는 세계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앞에는 부정적인 내용들로 가득 찼지만 결론은 남녀가 동등해질 것이라는 미래를 확신하여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물론 보부아르가 이 책을 저술한 근본적인 취지는 사회와 시대에 순종하며 사는 현대여성들을 깨우치려는 것이었으나 남성들, 특히 가부장적 사회와 유교사상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의 남성들에게도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장 이성적이고 명확하게 여성을 그린 책 <제 2의 성>은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과 남성들 모두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다.

/ 김해현 (언론ㆍ3년)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21~22일 Vision Fair…현직 선배들과 취업고민 타파
2
[보도] ‘러닝 포트폴리오’로 학습 정리 손쉽게
3
[보도] ‘따로 또 같이’ 2022 한림모여코딩 개최
4
[보도] 뇌혈관질환 선도연구센터, 지역혁신 선도연구 국가사업 선정
5
[보도] 책과 함께하는 가을, 심비우스 ‘북클럽’ ‘독서 골든벨’
6
[보도] 토익 무료시험 실시 내달 27일 선착순 200명 대상
7
[기획] 수상을 이끈 아이디어, 그보다 빛나는 팀워크
8
[보도] 한림 홍보대사 ‘한아’ 24기 모집
9
[시사] ‘마약 청정국 끝났다’ 밀수단속 5년 새 2.8배 증가
10
[시사]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