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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본견문록] ‘일본은 소국이고 한국은 대국이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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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3  19: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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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대대로 작은 나라 일본

일본에 오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예상외로 늘어진 국토 길이다. 우선, 본 섬에 해당하는 혼슈(本州)만 하더라도 북쪽 끝에서부터 남쪽 끝까지의 거리가 1500km에 달한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전체의 길이가 약 1,100km 정도이고 서울에서부터 뻬이징(北京)까지의 육로가 1,300km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저 긴 게 아니다. 그렇다고 길기만 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총 면적은 한반도의 약 1.5배, 남한의 세 배 반에해당하는 크기로, 독일과 스위스를 합친 것만큼 넓다. 동남 아시아에서도 일본보다 영토가
큰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전부다.재미있는 점은 그런 일본을 소국(小國)으로 취급해온 우리의 인식이 과거부터 한결 같았다는 것. 그러고 보면, 일본을 일컫던 왜나라 ‘왜’(倭)자는 영토와 인종 모두 작다는 의미에서 작을 ‘왜’(矮)자와 중첩적으로 사용돼 왔다. 조선 시대의 고문서에 나오는 일본 지도는 그런 선조들의 대일(對日)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크기의 1/10 규모로 쪼그라든 지도에서는 그렇잖아도 조그마한 ‘태양의 제국’을 무려 1백여 개의 제국(諸國)으로 갈갈이 나뉘어져 있는 동토(東土)라고 설명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에 납치돼 3년 동안 일본에서 유배 생활을 한 강항(姜沆)이란 유학자가있다. 그가 일본 포로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지은 ‘간양록’(看羊錄)에는 당시의 대일관(對日觀)이 잘 드러나 있다.

예전에는 왜국이 우리나라보다도 작다고 보았습니다. 왜중 의안(意安)이란 자를 만났는데 그는 왜나라의 서울치입니다. 제 조부나 제 아비 때부터 중국에서 유학하였고, 의안 때에 와서는 더러 산학, 천문, 지리를 풀이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기계를 만들어 해 그림자를 관측하여 천지의 둥글고 모진 것과 산천의 원근 같은 것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임진란 때 왜인들이 조선의 토지대장을 모조리 가져왔는데 일본 토지의 절반도 못 되던걸요!”라 하였다 하니 그 사람된 품이 고지식하고 실없지 않는 것으로 봐서 그럼직도 한 말인가 싶습니다. 더구나 관동과 오주(奧州)의잇수로 따진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리라고 여겨집니다.

스위스와 네팔과 함께 세계 최고의 산악 국가

그렇다면 영토 대국 일본을 이렇듯 무시해온 한국인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도만 놓고 볼 땐 대국(大國)에 속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선 오히려 한국보다 작은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이 산악국가라고는 하나, 일본 앞에서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까닭에서다. 따지고 보면, 일본이야말로 스위스, 네팔과 함께 지구상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형이 험한 산악국가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높다는 백두산(2744m)은 일본의 고산(高山) 클럽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필자가 찾아 본 바에 의하면, 일본 내에서 백두산이 차지하는 순위는 고도 기준으로 고작 81위. 이마저도 한반도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백두산의 이야기일 뿐, 두 번째로 높은 한라산(1917m)에 이르면 일본 내에서의 등수(等數)는 파악조차 불가능해 진다. 더욱이 한라산같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은 아직껏 연기를 뿜어내며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돼 있는 열도의 산들 가운데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일본이 얼마나 험한 산악국가인가 하는 것인가는 혼슈 중앙부에 자리잡은 후지 (富士)산 높이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정상까지의 고도가 무려 3744m에 달하는 후지산은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다는 캘리포니아의 휘트니산보다 500m 정도낮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가장 높다는 2016m의 항산(恒山) 역시, 일본의 후지산에 비하면 왜소하기 그지없다. 사정이 그럴 진데, 3000m가 훌쩍 넘는 산만 21개요, 2000m가 넘는 산들은 280여 개 정도 된다면 열도의 험준함이 비로소 이해될까?  (산이 아닌 산봉우리 기준으로는 2000m를 넘는 봉우리가 약 68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해서, 19세기 말 일본의 산악지대를 여행한 서양인들이 혼슈 중앙부에 붙여준 별칭이 ‘재팬 알프스’다.

땅덩어리가 넓다고는 하나 국토의 4/5 이상이 높고 험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사람들이 평지로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평지마저도 지진 때문에 건물을 마음 놓고 올릴 수가 없으니 모든 것이 작고 좁아질 수밖에. 일례(一例)로, 한반도만한 혼슈에 살고 있는 인구는 자그마치 1억 명. 하지만, 산악 지형을 제외한몇몇 평야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기에 제대로 된 땅에서 넓게 사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0년 대 중반도쿄 수도권에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전용 면적은19.5평 정도.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은 서울이 평균 32평이며 용인 지역은 40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들이 대부분 32평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면, 52평에서부터 64평 사이의 광활한 집에 거주하는 게 한국인들이라는 말이다.

좁은 집, 넓게 살려는 노하우는 필연
그래선지 일본에서는 수납 공간을 이용해 좁은 집을 넓게 활용하려는 노하우가 그득하다. 더불어, 의뢰인의 좁은 땅에 넓은 집(?)을 지어주는 TV 프로그램 역시 쏠쏠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나 좁은 땅에 집을 짓길래 TV에서 프로그램으로 다 방영하고 있을까? 자그마치 대지 면적 8평에 건폐율(建蔽率)은 60%. 더욱 놀라운 사실은 8평 안에 주차장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고는 하나, 토끼장 주택에서 평생을살아야 하는 일본인들의 숙명이 더욱 실감나는 순간이다.

해서, 집 밖에 나와도 무언가가 항상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답답함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곧잘 느끼는 ‘일본 풍토병’이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이런 환경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넓고 개방적인 장소는 오히려 버겁기만 하다. 「일본열광」이라는 책을 낸 심리학자 김정운에 따르면 심리학회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들은 서양인들에 비해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간격이 넓어지면 불편하게느낀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이어령 교수가 「축소 지향의 일본인」에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일본의 ‘우겨넣기 문화’(츠마리) 문화는 ‘구겨져 살아야만 하는 일본’에서 자연스레 탄생한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삶 자체가 ‘츠마리’다 보니 당위적으로 작은것을 빽빽하게 장식하는 일본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소국(小國)이고, 한국은 대국(大國)’이다.

/심훈(언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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