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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경계도시2」-경계인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모습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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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3  2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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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이라는 말은 낯설고 이질적이다. 분명 이는 커다란 주류 논의에서 미묘하게 벗어난 비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하지만 대북지원과 북한의 핵 보유 문제에 대한 신경전을 비롯해 간간히 터지는 충돌과 사건 사고는 여전히 북한과 남한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이다. 상이한 이데올로기와 분단의 상황 속에서 화합과 이해의 여지가 점점 희미해지며 우리사회와 북한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는 시대의 몰이해 속에서 추락해가는 한 지식인을 통해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경계의 나라, 한국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 재직 중인 송두율 교수는 37년 동안 한국에 입국금지 상태다. 입국금지 사유는 그가 북한의 서열 23위 거물인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간첩이라는 것. 영화 ‘경계도시’에서는 2000년 늦봄 통일상 후보에 올라 서울행을 계획했던 송 교수의 입국 계획이 좌절되는 과정과 그의 인생을 그려냈다. ‘경계도시2’는 2003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입국한 송 교수의 이야기다. 저명한 지식인을 둘러싼 간첩 논의는 그를 나락으로 추락하게 한다. 극단적 이분법 아래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의되길 강요하며 언론과 사회는 그를 몰아세운다. 거센 폭풍 속에서 지인들도 서서히 그에 대한 믿음과 존경에 힘을 잃어간다. 
   

송 교수는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지칭한다. 북한과 남한의 화합과 이해를 위한 제3자가 되고 싶은 것이 바로 그의 꿈이다. 그는 경계인의 관점에서 써내려 간 여러 저서들을 통해 한국에서 진보와 민주화를 지향하던 젊은이들에게 지적 혁명을 불러 일으킨 대단한 학자다. 그러나 다소 북한에 대해 옹호적으로 비춰지는 그의 논리에 한국으로 귀화한 전 북한인사가 송두율이 북한 서열 23위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는 폭탄발언이 더해지며 그는 한국사회에서 진짜 ‘빨갱이’가 된다. 세월이 흐르고 2003년, 그의 방한과 함께 한국사회는 다시 한 번 그를 ‘거물 간첩 김철수’로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그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법정 공판과 엇갈리는 진실들 속에서 언론은 중간자적 입장의 모호함을 비난하고 꼬집는다. 한국사회에 흡수되기 위해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향을 전제로 한 확고한 입장정리. 송교수는 설 자리를 잃는다. 

감독은 영화 나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맞닥뜨린 레드 콤플렉스에 대해 고백한다. 초기 ‘경계도시2’의 작품방향은 40여 년 만에 귀국한 지식인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오늘이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여러 새로운 사실들은 감독이 믿고 존경하던 학자가 아니었다. 그가 정말 ‘김철수’인가라는 의혹이 감독 내면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솔직하고 가슴을 울리는 감독의 나레이션들은 영화를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녀가 바라본 송 교수에 대한 혼란과 안타까움,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절절한 깨달음에는 매체에 휘둘리며 그를 무자비하게 매도하는 우리의 모습이 있었다. 

송 교수가 가진 경계인이라는 새로운 입장에 대한 이해 또한 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영화는 관객들이 가진 관점의 스펙트럼의 한계를 깨닫게 하면서, 끊이지 않는 북한과의 충돌과 반목을 개선해나갈 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한다. 통일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벗어나 북한과의 관계에서 이분법적 사고의 틀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로 막고 있는지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우매한 한국사회와 함께 그가 가진 지적 철학의 이면을 쉽고 적절하게 담아냈다. 

취재열기와 복잡한 상황 때문에 불완전하고 투박한 이미지들은 아쉽다. 취재상황에서 포커스는 흔들리고 엇나간다. 보기에 편안한 영상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전편의 우직한 느낌에서 조금은 세련돼졌는데, 여러 언론사들의 기사 등 한층 성숙한 장면을 구성 기술이 한 예다. 한편으론 아쉬운 영상들은 영화의 필연적인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현실감을 살려낸 다큐의 묘미가 잔뜩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영상은 아니지만 그 속에는 실재와 현실이 가감 없이 담겨있는 셈이다.

영화의 주제는 고리타분할 수 있다. 송두율이라는 낯선 이에 대한 논의도 현 대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에는 뜨거운 지적 충동과 부끄러운 한국사회의 이면이 있다. 후퇴된 사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던 지식인의 선택이 가지는 함의를 고민하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이라면 꼭 한 번 해야 한다. 영화가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와 관점을 담아낼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반증하고 있다. 지구상 마지막 경계의 나라에서, ‘경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민해보는 것. 이 시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 김아름(심리‧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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