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학의 토론문화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를 갖고 15대 부총학생회장 남궁정씨와 인문학부 철학전공 4학년 성연제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회자: 지금 우리사회에는 토론문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 우리대학 내의 토론 문화는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토론식 수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남궁정: 토론식 수업은 모든 교수님들의 염원이라고 생각한다. 수업계획서만 보더라도 조별식 토론이나 과제물들을 계획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것이 대학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지 못한 것은 교육제도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학에 토론문화가 당위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보다는 ‘대학에 토론문화가 왜 필요한갗부터 생각해 봐야한다.

  80년대 대학과 요즘의 대학을 비춰 보면 그 시절 대학의 풍경은 잔디밭에 앉아서 모듬을 구성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얘기도 하며, 때론 독서토론회도 하는 식으로 토론문화가 수업과 일상생활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했다. 그런데 고작 10년에서 20년이 지난 현재를 보면 대학에서 토론문화는 거의 실종됐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토론식 수업조차도 엄청난 한계점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수님이 실시하는 토론식수업에서는 학점 따기에 급급한 4학년들만이 어느 정도 주도할 뿐이다. 조별 모임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학점과 연관돼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과정이 된지 오래다. 그것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토론문화 자체에 길들여 있지 않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학이라는 것은 단적으로 연구하는 곳, 발전하는 곳의 상징이다.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해 나가고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며, 거기서 또 새로운 학문이 생겨날 수 있고, 논쟁이 촉발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과거의 대학의 의미였고, 그것으로써 대학에 토론문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현재는 대학자체의 의미가 엄청나게 변질됐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업, ‘벤처 기업론’이라든가 경영과 관련된 수업에 학생들이 몰린다. 그것은 대학이 더 이상 학문을 탐구하는 곳으로써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써 의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토론문화가 실종됐다는 생각이 든다.

성연제: 그런 부분에 동감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말들이 많이 있다. 지금세대는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대학이란 것이 취업하기 위한 하나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곳으로 전락해버려 토론문화가 정립돼 있지 않다 뿐이지 요즘의 세대들이 개인적인 사고 방식이 강해서 그렇다는 것은 편견 같다.

사회자: 토론이 우리 대학생활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성연제: 일단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과 같은 경우에는 ‘깨짐의 미학’이라고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들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잘못된 점을 가르쳐 주거나, 또 함께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미학’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남궁정: 대학에서 토론문화가 필요한 이유는 과거 대학이 지성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안에 갇혀있는 학문으로써의 지식이 아니라 사회 비판적인 실천적 지성의 의미를 가졌다라면 그 부분에서 토론문화가 유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회구성이 되기 위한 발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대학의 토론문화는 중요하다. 토론문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판적 지성과 민주주의 같은 것들이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를 하게 함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진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 위에서 토론문화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성연제: 선진국처럼 소수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토론하는 수업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봤을 때 가능한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론이 없다거나 토론식 수업을 하자고 계속 얘기하는데, 기본적인 제도적 요소들은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다. 적게는 30∼40명 많게는 1백명이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토론식 수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남궁정: 일단은 교수확충이 돼야하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토론문화를 익혀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아까도 대학의 의미성을 이야기했었지만 교육 또한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이 돼 가고 있다. 각 대학간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대학 내에서도 ‘교수강의평가제’를 실시해 다음 번 채용할 때 반영하는 제도나 학생들에게 학점을 줄 때도 ‘상대평가제’ 도입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은 다음에 살아남는 사람들만이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2년전 문제시 됐던 BK21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대학에만 지원을 해주고 나머지 대학들은 자율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또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것은 대학 교육과 교육 대상자를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국가의 교육에 대한 관점 자체가 변화했다. 경쟁적인 대학 속에서 사람들은 비판이나 민주주의라는 의미 혹은 진정으로 발전적인 학문으로써의 대학을 여기기보다는 취업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써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넓게 보면,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재편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일 수 있겠다.

성연제: 지금 정권을 예로 들면, 교육재정을 GNP 대비 6% 수준으로 약속했었는데 그런 것도 안 지켜지고 신자유주의적으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그런 제도적인 현실은 더욱 악화될 것 같다. 앞으로 토론문화라는 것이 사라지고 무한 경쟁만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대학으로 변할 것 같다.

남궁정: 또 교육부의 그런 정책 중 하나가 ‘졸업인증제’라는 것인데 그것 역시 사람을 인적자원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가 아닌 거대한 기업의 상품으로써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대학전반에서 개개인들을 경쟁과 함께 상품화시키는 전략은 토론문화가 기반이 된 활발한 논쟁과 논의가 오가는 발전적인 대학상과는 전혀 반대로 변화시킨다. 현재와 같이 대학의 의미가 점점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학 내의 토론문화는 앞으로 더 전망이 없다고 본다.

성연제: 대학 내에 부재한 토론문화의 모색점을 얘기해 봤으면 한다.

남궁정: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대학운영위원회』라든가 구체적인 민주질서를 안정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토론문화 혹은 여론을 반영하고 논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의미에서 학생사회를 보면 학생사회는 나름대로의 운영질서가 있다. 대표하는 학생회도 있고 동아리도 있고 나름대로의 자치질서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학생회 중심으로 소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모든 재정권이라든가 공간에 대한 권리를 우선 학생회가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예전보다 많이 없어지고 의미가 변질되긴 했지만 지금 각과의 학회나 소모임 등 토론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은 어떤 안정적인 공간이나 재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의실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렇게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능한 것이라면 재정지원이라든가 학회 혹은 토론동아리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그것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 형태가 돼야 한다.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성연제: 그런 것도 좋지만 토론이라는 것이 꼭 소모임이라든가 큰 행사가 있을 때 주제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끼리 모여있을 때 과세미나실이나 동아리방 또는 술자리에 있을때에도 토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학생사회에서는 예전에 비해서 그런 토론적인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다.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스스로가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도 많이 든다. 예를 들면, 내가 1학년때는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그 당시 사안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언성도 높여 가면서 토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식의 문화가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면서 사람들 스스로도 많이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토론문화의 부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선배들이나 있으면 앞장서서 토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적인 문화가 옛날에는 다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문화를 체험한 선배들이 스스로 가만히 있지 말고 먼저 토론을 시작하고 앞장서야지 계속 후배들까지도 끈을 이어받고 지속될 수 있다. 지극히 구체적인 방법인데 그런 식으로 사람들 스스로 토론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했으면 한다.

남궁정: 대학 내에 토론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학회의 활성화가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구성원들의 인식, 자치구도 확산시켜내는 것,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라는 것이 단순히 학교에 의해 결정된 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들이 그저 하나의 것으로 소급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치 문화가 만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리나 발언권들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대학에서의 자치구도는 총학생회나 단대학생회와 과학생회, 중앙동아리이다. 다른 대학을 보면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과소모임이라든가 무언가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자치단위로써 인정해 준다. 또 그러한 사람들끼리 네트워킹을 맺고 하나의 질서로써 재생산이 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는 자치라는 부분이 굉장히 선험적으로, ‘내가 여기 구성원이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기보다는 몸담고 있는 작은 소모임이나 단위들을 확산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 사회 : 소옥임 기자 naive523@hanmail.net
요약·정리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