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서평]「말해요, 찬드라」 한국 사회에서 짓밟힌 이주노동자들의 존엄성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2.13  20:28:4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독서가 마음의 양식을 얻는 일이라 하지만, 독서의 비참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다. 고질적인 폐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치부가 고스라니 이 책에 담겨있으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오랫동안 외국인 노동자 곁에서 그들의 아픔을 나눠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병이 난 몇몇의 외국인 노동자가 어느 날 그녀를 찾았다. 

희망을 꿈꾸며 비극을 견딘 사람들이 내가 타는 버스에, 내가 지나가는 거리에 함께 있던 이웃이다. 그렇다. 내 옆에 오래도록 낯선 이웃이었다. 피부로 와 닿지 않던 내 이웃들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와 아픈 고통을 끌어안고 있었다. 한국 여성과 결혼 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혼인신고조차 되지 않는 네팔 노동자, 프레스에 오른손 손목을 몽땅 잘렸으나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태국 청년, 연수생 비자라는 현대판 노예문서에 저당 잡힌 방글라데시 노동자, 음식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됐다가 6년 4개월을 정신 병원에서 보낸 네팔 여성 찬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책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지고, 극복해야할 것은 언제나 비극이라고, 그렇게 비극에 익숙해지는 게 더 단단해 지는 삶의 방법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하루를 가장 친근히 들어줄 사람은 애석하게도 그들과 물리적으로 가장 떨어져 있다. 늘 가족 걱정이 시야를 가리는 탓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늘도 여기 부딪치고 저리 치이고 다쳐가며 헤맨다. 값싼 임금, 사서 고생하는 사람. 이런 비난까지 짊어지고 지극히 비생산적인 시간을 외로이 걷고 있다. 그들이 한국까지 오게 된 원인이자 이런 현실에서 조차 열심히 살고 싶은 이유인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인권 그리고 존엄성.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뿌리깊이 내린 기본 권리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갖지 못한 슬픈 이름들이 있다. ‘불법 체류’ 했다고 ‘불법인 존재’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도 포기해야 하는가.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운 도덕 개념대로라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착취 속에 이룬 한국 경제가 가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잘 살아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온 세계가 모두 한마음이라 외치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 받아들이는 폭 넓은 인식이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포용력 없는 한국인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지만 그 와중에 내가 내 마음이 따뜻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외국인 노동자들 곁에는 저자와 같이 그들을 보살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연민이 됐든 동정이 됐든,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그것이 사랑이고 우정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쌀밥에 고추장을, 라면에 고춧가루를 뿌려먹는 120만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군림하려는 한국 사회 속에서 힘없는 듯 고요한 그들은 제2의 고향을 꿈꾼다. 우리 한국은 어머니가 핍박받던 시대, 그리고 아버지가 소외받는 사회를 거쳐 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외국인 노동자일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계속 있는 동안 그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필요 이상의 감상을 끼고 써내려간 그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던 모든 중의적인 것들이 하염없이 파고든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진 아픔을 생각하면 이 책이 좋았노라고 말할 수도, 그들의 상처를 외면할 수도 없다. 불편과 부끄러움, 이렇고 저러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잔잔하게도 뭉클함이 오래 남는다. 이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때때로 많은 것을 잃고, 의도하지 않게 오해와 상처를 받기도 하겠지만, 그러한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고 다시금 그들이 힘을 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이다희(언론‧4년)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학우들 마음속 ‘그림’으로 남은 대동제
2
[보도] 대동제, 이색 프로그램ㆍ부스로 열기 후끈!
3
[보도] 모두가 즐긴 축제, 쓰레기 처리 등 빈틈도
4
[보도] 개교 40주년, “이젠 자신감으로 100년의 도약을”
5
[보도] 함께 뛰며 하나되는 ‘한림 어울림 한마당’
6
[보도] 군 공백기 최소화, 이러닝 학점 취득
7
[보도] 학생·교직원·주민 한마음 산행 “개교 40주년 축하해요”
8
[보도] 다채로운 체험이 있는 박물관으로 오세요~
9
[보도]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분석 무상교육부터 자격취득까지
10
[시사] 곳곳에서 ‘히잡시위’, 이란 이슬람 정권 변화 생기나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