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이면서도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에 대한 글을 부탁 받고 고심하다가, 대학생 시절 깊은 감명을 받았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됐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지는 10년도 넘었는데, 다시 책을 읽다 보니 그 당시의 마음도 떠오르고, 또 그 이후에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의 제목은 이 책의 가치를 평가절하 되도록 만드는 것 같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는 책들이 서점에 쌓여가고, 이런 방법들이 실생활에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독자들이 이러한 책들에 지쳐가는 요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또 하나의 별 볼일 없는 책으로 치부되기가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하기 위한 '쉽고 빠른 길'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고, 화술이나 자기관리법에 대한 책도 아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뒤집고, 앉고, 기어 다니는 것을 배운 뒤에야 걷고 달릴 수 있듯이, 우리가 성숙한 삶을 살고 성숙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우리의 내면을 단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필자는 대학생이 될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가 원만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돼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고, 여자 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잘하려고 하고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대하는데, 직장 동료나 상사, 그리고 여자 친구는 나에게 늘 불만이 많고 나와 잘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이로 인해 충돌이 발생했다. 특히 여자 친구와는 너무 자주 싸워서,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개선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인간관계 기술, 대화법,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방법 등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늘 웃으면서 대해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라, 유(you) 메시지 말고 아이(I) 메시지로 말해라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익히고, 이것들을 실천해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나와 관계 맺는 상대방은 좀 더 나와 대화하는 것이 나아진 것으로 보였으나, 내 마음은 엉망진창이 됐다. 너무 울화통이 터지고,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도 관계를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문제 있는 저 사람들은 아무 노력 안 하는데, 왜 괜찮은 내가 이렇게 힘을 들여서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인지 억울했고, 그러다 보니 나도 노력을 게을리 하게 돼 곧 예전과 같이 돌아가게 되었다. 

결국은 나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그만큼 미성숙한 것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성숙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의존적인 단계에서 독립적인 단계로, 독립적인 단계에서 상호의존적인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의존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 예로 나오는 의존적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나의 말과 행동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의존적인 단계에서 나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결정됐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졌고, 내가 내리는 중요한 결정 또한 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리 저리 흔들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원망했고, 그 사람들이 더 잘했어야 관계도 좋고 내 마음도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이전에, 내가 먼저 정서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나의 가치, 행복, 인생의 목표, 마음 상태 등이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의해 결정될 때,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굳어져 온 사고방식과 습관을 바꾸는 것이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자기사명선언서를 쓰고, 늘 그것을 확인하며, 그것에 근거하여 삶의 계획을 짜고, 원칙 중심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독립적인 내면을 가질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성숙한 협력관계를 맺는 상호의존적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후 나는 원칙 중심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도 완전하지 않고 의존적으로 생각하며 남을 원망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스스로 하루를 돌아볼 때, 내가 그 날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의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해 낼 수 있으며, 그것을 반추하면서 다시금 원칙 중심으로 돌아오고 그로 인해 마음의 평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성숙해질 수 있는지 등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런 고민은 매우 생산적인 고민이며, 대학생이라면 꼭 해야 할 고민이다. 하지만 고민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지침이 필요하고, 실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성숙한 삶과 인간관계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정민(컴퓨터공학ㆍ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