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수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토론 수업을 받아 본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대학의 일부전공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토론식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낯설어 하고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우리사회에 토론 문화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과 어릴 때부터 받아온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토론수업을 고집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신다. 그 중에 우리 대학에서 토론수업을 진행한지 14년째 접어드는 인문학부 사학전공 박근갑 교수님을 만나봤다.

  “거창한 이유는 없어. 내가 맡은 과목들이 토론에 걸맞는 내용이다 보니까 주입식으로 강의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지”라며 토론수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교수님이 답해주신 말씀이다. 실제로 교수님께서 수업하시는 내용이 서양의 민주주의, 이념갈등, 사회복지, 사회계획 등과 같은 민감하고도 정답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 말씀하셨다.

  교수님이 강의하는 수업시간 중 두시간은 주제에 따라 발표자를 정하고 발제를 통해 토론을 진행하며, 나머지 한시간은 두시간 동안의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교수님은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할 것인지도 토론으로 정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한번 토론에 불이 붙으면 끄기가 쉽지 않다. 그럴때 교수님은 일단 수업을 접고 학생들과 함께 맥주집으로 향하신다. 맥주를 마시며 못다한 토론을 계속하는 것이다. 교수님은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10000cc지”라고 여담이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러나 언제나 이렇게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토론식 수업에 애로사항이 없냐는 질문에 교수님은 “애로사항이야 상당히 많지”라며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보니까 토론수업에 당황해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셨다. 또 “아무래도 학생이기 때문에 기초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 매끄러운 수업진행도 어려워질 때가 있다”고 힘든 점을 말씀하셨다. 또한 토론수업의 단점인 ‘체계적인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젼이 문제가 된다고 덧붙이셨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체계적 학습이 가능한 강의식 수업을 따로 진행하기도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는 질문에 “많지. 다른 사람과 상반되는 입장을 무턱대고 강하게 주장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거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훈련이 부족한 게 문제야. 주장에 맞는 근거를 내세워 입증하는데 노력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용기지. 학생들이라서 가지고 있는 지식이 그 욕구에 비해 한정돼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주저함 없이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용기를 강조하셨다.

  몇년째 토론수업만을 고집하는 박근갑 교수님. 그의 말대로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서 왕성하게 논쟁하고 일목요연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을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이라는 공간안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