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사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TV토론의 경우는 지난 1987년 KBS 『생방송 심야토론』을 시작으로 지금은 『MBC 100분 토론』, 『길종섭의 쟁점토론』, 『EBS 생방송 난상토론』 등 다양하게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신문이나 지면을 통한 문제제기의 공간으로서는 대표적으로 『인물과 사상』, 『당대비평』 등의 시사 계간지와 『한겨레 21』같은 시사주간지, 각 신문의 칼럼들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해진 TV프로그램과 계간지, 주간지들의 증가는 예전에 비해 우리사회가 민주화돼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토론이라는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토론이 시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문화 부재’를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사회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토론문화에 익숙해 있지 않다. TV프로그램에 나오는 토론자들만 보더라도 서로 말꼬리 잡기에 불과한 토론으로 한 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은 들어보려 하지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토론은 서로의 다른 의견을 인정한 채,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TV속의 토론을 보면 차이점을 인정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기만 하다가 금새 감정싸움으로 번져 비어와 욕설을 섞어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면상의 토론도 마찬가지다. 강준만씨는 지난 98년부터 『인물과 사상』을 통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와 권력지향성, 또 언론이기를 거부한 기업화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한 강준만씨의 비판이 여론화돼 ‘안티 조선일보’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반응은 어떠한가. 조선일보는 이러한 비판자체를 듣기나 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론조차 제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안티 조선운동’이라는 주제를 다뤘을 때도 조선일보 쪽에서는 토론 자체를 거부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 마치 겸손하기 때문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래서 토론회에는 대타가 나오게 됐고 그날 토론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태도는 우리사회에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일보와 같이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은 토론을 할 줄 모른다. 지금까지 토론과 논의 없이도 그들의 권위와 권력이 유지되는 데는 아무런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비판에도 토론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메아리를 내보내지 않는다. 또한 토론이라는 민주적인 방식은 자신들이 독재로 지켜온 견고한 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보수세력의 부정과 부패의 성은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그에 비하면 지금 매체들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문제제기는 그 힘이 아주 미약한 것이다.

  이것이 매체에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권위와 억압에 도전할 수 있는 통로로써 우리주변에는 많은 매체들이 생겨났다. 방송이나 지면을 활용한 비판은 파급력 또한 매우 크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사실감 있는 비판으로 공감대를 확보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자유로운 비판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