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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우리사회에 토론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두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시대와 해방 후 군사독재 시절을 겪었다. 이러한 파쇼적인
시대배경은 우리들을 권력의 억압 아래 지시, 명령을 받는 구조에 길들여지게 만들었다. 따라서 근대 이후 우리사회는 논의나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토론문화가 정착될 수 없었다.
또한 교육적인 면에서 우리사회는 학생들의 평가를 ‘고르기 방식’으로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답과 오답만을 고르는 이러한
방식은 정답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토론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이것은 정답 외 다른 답을 인정하지 않듯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토론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같음을 지향해 나가는 정신을 높이산다. 그러기에 ‘정답 암기식’
교육방식은 토론문화 형성에 걸림돌이 됐다.
2. 그렇다면 지적한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으로 보나?
우선은 학교 자체가 비민주적인 체제로 구성돼 있다. 학내의 행정업무부터 선생님과 학생 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서 서열화돼
있고, 권위주의적인 면이 많다.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민주적인 토론문화는 뿌리내리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대학의 서열화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런 문제점들을 제도적 차원에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는 토론식 수업방식 활성화를
대안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한 학기에 7∼8 과목을 수강하는 현재 대학의 학점제도로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2∼3 과목만 들음으로써 한
과목이라도 깊게 공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해야 한다.
3. 「역사문화아카데미」의 토론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원탁 학술회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 학부모, 교사 등 모든 세대와 연령이 참여하도록 다양한 토론회가
마련돼 있다. 한 사람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학습에 효율적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대화와 문답형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같은 경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미국,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고, 올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탈냉전, 한반도 평화통일의 걸림돌과 디딤돌’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 생각이다. 대부분의 주제들은 정치, 교육,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이슈가 될 만한 문제로 선정한다.
4. 원활한 토론을 위해 사회자와 패널들은 어떤 자세를 갖춰야 되나?
토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지향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사회자는 패널들에게 공정한 발언시간과 횟수를 배분해야 한다. 토론에 있어서 사회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자는 토론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 민주적인 카리스마를 필요로 한다. 민주적인 카리스마는 단호함과 공정함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절대로 사회자가 토론
내용에는 개입해서는 안되며, 형식과 절차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한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야 사회자의 지시에 잘 따를
수 있는 것이다.
5. 이렇게 우리사회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앞장서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제대로 된 토론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또 우리사회 토론회를 보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회자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회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자 양성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토론을 통해 사회를 변혁할 생각을
갖고 있다. 토론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만남의 사귐과 연대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본다. 또 지금 우리사회는
사적영역이 너무 크게 차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토론문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토론문화 활성화를
통해 권위와 억압의 구조를 지닌 사회를 창조적 공동체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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