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이 보내온 60편의 응모작을 읽었습니다. 진지한 열의로 시를 쓰는 분들을 만나 반갑기도 했고, 더러는 달랑 한 편의 시만 보낸 분들도 있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응모작들 중 ｢별이 지면 나는 죽는다｣ 외 4편과 ｢나는 움직이는 물레방아에 매달린 채로｣ 외 6편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양쪽 모두 마음의 기운이 역력히 느껴지는 시들이었습니다. 외로움과 고단함과 절망을 언어의 형식으로 붙잡아 보려는 고투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어느 한 편을 당선작으로 골라잡아야 할지는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의 기운이 느껴지고, 그 기운에 형식을 부여하려 애쓴 흔적이 보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신문에 실릴 ‘단 한 편’의 완성작을 찾기는 좀 힘들었습니다. 내면의 열기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아직은 모색 중인 단계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데생을 하고 물감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또 음악을 하려면 악기를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하지요. 그리고 싶은 마음과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북받쳐오른다 해도, 그 마음만으로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도 멋진 연주를 할 수도 없습니다. 시의 경우도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그 간절한 마음을 담아줄 말과 이미지를 잡아내지 못하면 마음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고민 끝에 ｢별이 지면 나는 죽는다｣를 가작으로 뽑기로 합니다. 요령부득의 구절들이 군데군데 보이지만, 2연의 담백한 위태로움에서 쉽게 눈길을 떼지 못했음을 덧붙여둡니다. “잠이 잘 오는 밤”을 “불을 지르면 잘 탈 것 같은 밤”으로 그려내는 이 시를 읽으며 저는 바싹 마른 장작 같은 마음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작이라 해서 1등 없는 2등이라 생각지는 마시길. 가작으로 고른 것은, 당선자가 보여준 ‘가능성’에 대한 나름의 의미부여입니다. 때로는 단 한 편의 완성된 당선작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작(佳作)이 말 그대로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 신해욱(시인)


소설부문

소설 부문에는 예년보다 많은 15편이 응모하였습니다. 진부한 소재에 생경한 감상을 드러낸 작품이 매년 몇 편씩 있었는데, 이번 응모작들은 모두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응모작들은 다루고 있는 소재도 다양해졌고 착상이나 시선의 참신함도 두드러져 보입니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당선작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아까운 작품들이지만 당선작으로 하기엔 미흡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심금을 울리는 힘이 부족했는데, 작중인물이 봉착한 문제가 일상과 괴리되어 있거나 피상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절박한 문제임에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의 천착이 치열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달리 말한다면 현실에서 취재한 것이 아니라 관념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감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1차를 통과한 9편의 작품을 몇 번 읽었습니다. 그만큼 난형난제, 한 편을 고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가작으로 <누군가의 겨울>을 정했는데, 단점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밑바탕이 되는 영주의 심리에 설득력이 부족하고, 기차에서 만난 남자의 설정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힘이 좋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선정하였습니다. 

<꿈에>, <중년 K의···>, <탈출>, <바리데기>, <부유하는 여자>······, 다 열거하지 못하지만 이번 응모작은 대부분 좋았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평론부문

비평 부문은 응모작의 수에 비해 수준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아니면 문장이나 논리가 허술하여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 10편의 응모작 중 영화 드라마를 다룬 비평이 5편입니다. 영상 매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영화 비평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비평가의 의견은 극히 적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장황한 내용 요약에 한두 마디 논평을 덧붙이는 것으로는 좋은 비평이 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내용에만 관심을 두고 영상 매체가 갖는 묘미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설을 비평한 두 편은 그 노력이 가상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작품의 줄거리나 인물에 매달려 자신의 의견을 일관되게 전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그린 우리의 소통 현실>을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이 글은 문장이나 논리 전개가 거칠고 산만합니다. 그렇지만 비평가의 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표절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어쩌다 심사를 통과했다고 해도 활자화되고 나면 표절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남습니다. 다수의 눈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